[박병진의 밀리터리S] “도대체 이게 어느 나라 군대냐”

지난해 10월 군을 발칵 뒤집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영관급 장교가 온라인에서 성매매를 알선하다 현행범으로 붙잡힌 것이다. 이 영관급 장교는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 오피스텔과 모텔 등에서 성매매 영업을 알선하던 중 경찰 단속에 적발됐다.

사건 직후 조현천 기무사령관은 국방부 출입기자실을 찾아 “사령관으로서 참담한 심정이고, 국민에게 죄송하고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장교가, 그것도 군사보안과 방첩, 군 기강에 모범이 되고, 그것을 최고로 추구하는 정보기관인 기무사 소속 장교가 성매매 알선에 나섰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아연실색했다.

성매매를 알선한 기무사령부 소속 현역 장교의 체포 소식을 전하는 한 TV 방송 장면
군에서는 “군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갔냐”는 자조섞인 한탄이 새 나왔다. 기무사령관이 옷을 벗는 사태로 이어질뻔 했던 이 사건은 마침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유야무야됐다.

얼마전 제대한 조카를 만난 적이 있다. 조카는 군에서 관심병사였다. 사회에 있을때 멀쩡했던 조카가 관심병사가 된 것은 단체생활과 체력적인 부담을 이겨내지 못해서였다. 그는 군생활 초기에 부모에게 일주일이 멀다하고 전화를 걸어대 “힘들어 죽겠다”는 하소연을 해댔다. 그런데 관심병사가 된 뒤로는 뚝 끊겼었다. “어찌 된 거였냐”고 물었더니 “군생활을 편히 하려고 머리를 굴려 스스로 관심병사가 되는 이들이 부지기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육군의 한 장성은 “1개 사단에 관심병사가 40∼50명이 넘는다”면서 “부대 지휘관들은 관심병사가 언제 무슨 사고를 칠 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속에 이들을 재교육해 다시 부대로 복귀시키기 보다 그냥 관심병사 캠프에 방치하는 일이 잦다”고 털어놨다. 병사들의 기강해이에 지휘관들의 방조가 도를 넘은 듯 해 보인다.

과거 전우애로 뭉쳤던 군인정신은 월급받는 공무원 스타일로 변모하고 있다. 부하 부대원들의 시시콜콜한 개인사나 고충 등을 꿰뚫었던 지휘관들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한 영관장교는 “책임은 지휘관이 지고, 공은 부하로 돌리는 군 문화는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누구도 책임질 일을 하지 않으려 하고, 그러다보니 가급적 개인사에 개입하는 것을 꺼려한다”고 말했다.

경제난으로 생활이 각박해진 탓도 있지만 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과 부정적 태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 알려진 “부모 동의 없다고 군 작전에 병사들 열외시켰다”는 소식은 군의 현실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6·25전쟁때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전방부대 대대장이 병사들의 부모에게 동의를 받은 뒤 작전 투입 여부를 결정했다는 것인데 기가 찰 노릇이다. 군 안팎에서는 “도대체 이게 어느 나라 군대냐”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군은 지난 2015년 8월 비무장지대(DMZ)에서 터진 북한의 목함지뢰 사건 이후에 병사들을 전방에 보낸 부모들의 성화 때문에 취한 조치였다고 둘러댔다.

2015년 8월 비무장지대 철책에서 발생한 목함지뢰 폭발 장면
하지만 병사들의 작전 투입 여부를 부모들에게 묻고, 동의하지 않는 부모의 자식들은 해당 작전에서 뺀다는 것은 군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책임질 일은 하지 않으려는 이런 사고를 가진 지휘관들이 적지 않다는데 있다.

북한의 위협이 고조될때마다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는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에다 미군 전략자산 전개 등 각종 무기를 동원하는 수사적 발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에서 최후의 보후는 군인들이다. 이들의 가치관과 인성이 군인정신으로 뭉쳐지지 않는 한 제아무리 훌륭한 첨단무기로 안보를 포장하더라도 그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아프리카 군단을 이끌며 ‘사막의 여우’라는 별명을 얻은 에르빈 롬멜은 “군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병사들의 정신이다. 장병들의 사기가 저하되어서는 몇 만발의 포탄을 가지고도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면서 “이러한 군인정신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지휘관들의 지휘”라고 강조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