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3-31 03:00:00
기사수정 2017-03-30 19:51:24
한석정 동아대 총장 인터뷰
“정부가 기부입학과 등록금 인상을 반강제로 통제하고 이것을 온 국민이 환호한다면 한국 사학의 미래는 없다고 봅니다.”
지난해 8월1일 취임식 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등 정치인을 단하(壇下)에 배치하고, 환경미화원에게 축사를 부탁해 화제가 됐던 한석정(64·사진) 동아대 총장은 30일 “등록금을 인상할 수 없는 현실에서 지역 사립대의 재정난을 타개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며 “사회주의식 사고로 교육에 임한다면 한국과학의 미래가 없다”고 밝혔다. 한 총장은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립대학의 기부금입학 허용 등 자율권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 8개월 동안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는 한 총장은 “동아대는 생존을 위해 10년 후 미래모습 구상과 그에 따른 정책을 도출하는 ‘미래전략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미국 네브래스카대학의 이상문 석좌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총 17명의 국내외 위원으로 조직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전략위원회는 국제화, 특성화, 열린 교육시스템, 대학재정의 효율적 운영방안 마련 등의 의제를 다룬다.
동아대는 2017학년도부터 국내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태권도를 교양필수로 도입했다. 한 총장은 “취임하면서 문무를 겸비한 동아젠틀맨 양성을 천명했다”며 “선진국 명문대학일수록 스포츠를 포함한 전인교육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조선조 이래 600년간 입시 위주의 백면서생, 범생이를 양산하는 교육시스템이다 보니 몸도 마음도 허약하고 결국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현실이 됐다”고 통탄했다.
임기 동안 가장 이루고 싶은 일과 관련해 한 총장은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을 고취시키는 일이 가장 기본적인 사업”이라며 “지난 수십년간 동남권의 재계 지도자들을 다수 길러낸 동아대 전통에 걸맞게 산학협력의 기틀을 공고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산학협력을 지원하는 대형 정부사업인 ‘링크플러스사업’에 상위권으로 재선정되는 쾌거를 이룩한 데 힘입어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장은 교직원들의 성추행 대처에 능동적이다. 지난해 봄에 발생한 후 잠복해 있다가 최근 대자보를 통해 불거진 교수들에 의한 학부 여학생 성추행사건을 자체 조사로 진상을 규명했다. 그는 “성추행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나서지 않으면 처벌이 어려운데 끈질긴 조사로 실제 성추행 교수를 찾아내 파면시키고 허위대자보를 붙인 대학생도 퇴학조치했다”고 말했다.
한 총장은 대학 간 교류에도 힘을 쏟고 있다. 취임 이후 독일 본 대학과 일본 시모노세키 소재 동아대, 베트남 두이탄대학, 말레이시아 국제이슬람대학, 중국 화중농대와 교류협정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한국해양대, 고신대와 상호교류 증진과 지역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3개 대학은 협약에서 각 대학이 보유한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