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4-01 13:55:52
기사수정 2017-04-01 14:11:42
3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 식품매장에서 ‘이상한 쇼핑객’을 목격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 여성은 각 품목을 지나칠때 마다 제품을 하나씩 카트에 담았다. 곁눈질로 얼핏 카트을 들여다보니 사과, 딸기, 파인애플, 두부, 콩나물, 당근, 양배추 등이 눈에 들어왔다. 과일과 야채 코너를 둘러본 이 고객이 잠시 발길을 멈춘 곳은 수산물 코너였다. 직원에게 “삼치가 싱싱하냐”고 물어본 뒤 “구워 먹기 좋게 잘라 달라”고 주문했다.
직원이 삼치를 손질하는 사이 이 고객은 인근 정육코너에서 삼겹살 시식에 열중했다. 시식용으로 구워낸 삼겹살이 소진될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손질을 마친 삼치와 삼겹살을 카드에 담은 고객은 다시 시식이 한창인 돈가스를 이쑤시게로 한번에 여러개를 찍어 입안으로 넣기를 반복했다. 목이 메었는지 뭔가 찾는 듯한 이 여성의 눈빛이 고정된 곳은 음료 코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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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식품매장 한켠에 얌체 고객들이 내팽개친 카트가 방치돼 있다. |
음료코너에서 오렌지주스 1.5ℓ를 집어든 고객은 병뚜껑을 돌려 개봉한 뒤 마시기 시작했다. 목을 축이고 남은 페트병은 카드에 담았다.
길게 뻗은 음료 코너를 지나치면서 손에 걸리는 몇가지 음료를 추가로 챙겼다.
이 고객의 쇼핑 스타일이 너무나도 특이해 멀찌감치 떨어져 계속 따라가 봤다.
물건을 가득 담은 카트를 밀며 도착한 곳은 베이커리 코너였다. 역시 갓 구운 빵을 시식하고는 몇가지 종류의 빵을 카트에 담았다.
베이커리 코너에서 잠시 멈춘 고객은 목이 메었는지 손을 카트 안으로 넣어 커피음료를 꺼내 마셨다.
커피음료로 목을 축인 고객이 다시 카트를 밀고 매장을 활보하다 도착한 곳은 과일코너였다.
식품매장을 한바퀴 돈 것이다.
식품매장에서 다시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시식한 고객은 천천히 매장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기자가 이 고객을 목격한지 약 50여 분이 지났을까. 이 고객은 매장 한켠에 카트를 내팽개치고 매장을 빠져 나갔다. 시식만 즐기다 돌아간 것이다.
대형마트들이 ‘얌체쇼핑족’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얌체쇼핑족’들은 제품은 사지 않고 시식만 즐기거나 의도적으로 판매 상품에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고객이 매장에서 구매 및 가공한 신선식품은 재판매가 안돼 폐기처분 한다”며 “일부 악덕 소비자는 판매 제품에 의도적으로 흠집을 내 큰 손실을 입히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