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4-03 18:41:39
기사수정 2017-04-03 20:38:01
광화문 도심 멧돼지 등장/주변에 몸을 숨겨야/다쳐도 은평구만 보상
지난 2일 새벽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멧돼지가 나타나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해마다 멧돼지의 도심 출현 빈도는 갈수록 급격히 잦아지고 있어 인명피해 등이 우려된다. 아울러 이번 소동에서 알 수 있듯 멧돼지는 더 이상 농가나 전원주택 소유주, 등산객만의 걱정거리는 아니다. 늦은 밤 또는 이른 새벽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이들도 멧돼지와 조우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지난 2일 오전 3시4분 도심 한복판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최초로 신고된 멧돼지는 인근 '경희궁의 아침' 아파트 앞을 지나 KT 본사 인근을 뛰어다니다 택시와 부딪쳐 쓰러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많은 시민이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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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출현한 멧돼지가 택시에 부딪혀 쓰러져있다. 출처=트위터 |
◆멧돼지와 조우 행동요령은…주변에 몸 숨겨야
길가에서 갑작스레 멧돼지를 만날 때를 대비해 미리 행동요령을 익혀두면 좋을 성싶다.
환경부가 발표한 야생멧돼지 대처 요령에 따르면 주택가나 등산로에서 멧돼지를 만났다면 절대 정숙을 유지해야 한다. 자칫 멧돼지를 흥분시킬 수 있으니 움직이지 말고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
만약 눈을 마주치는 일이 생겼다면 뛰거나 소리지르지 말고 침착함을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멧돼지의 눈을 쳐다봐야 한다. 야생동물은 직감적으로 상대가 겁먹었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 공격하는 만큼 달아나려고 등을 보이는 일은 삼가야 한다. 우산이 있다면 이를 펼쳐 자신보다 큰 물체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도 위험을 탈출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멧돼지는 시력이 약한 편이라 이런 속임수가 먹힌다.
지난 2일처럼 시끄러운 도심에서 멧돼지를 만났다면 빠르게 신고하고 등을 보이지 않은 채 침착하게 주변에 몸을 숨겨야 한다. 불빛이 많고 소음이 큰 도심에서는 멧돼지가 쉽게 흥분하기 때문에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는 게 우선이다.
환경부 동물자원과 한상훈 연구원은 “광화문광장처럼 확 트인 도심에 멧돼지가 나타나면 대처가 쉽지 않다”면서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최대한 주변에 몸을 숨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만약 멧돼지로 인해 사람이 다친다면 보상이 가능할까?
최근 6년간 서울에서 멧돼지가 자주 출몰한 지역은 종로구(405건)와 은평구(290건), 성북구(147건), 도봉구(139건), 강북구(118건) 순이지만 멧돼지로 인한 인명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은평구가 유일하다. 은평구는 지난해 9월 멧돼지로 인해 사람이 부상을 당하면 500만원, 사망 시 1000만원을 각각 보상해주는 조례를 만들어 올해 1월1일부터 시행 중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멧돼지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이라면 다른 구나 시·도에 주민등록을 뒀더라도 모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현행법상 야생동물에 관한 피해 보상은 지자체가 보조하도록 돼 있어 자치단체의 재정상황에 따라 보상방안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7개 특별·광역시 74개 자치구 가운데도 17곳만 조례로 보상해주는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멧돼지 피해를 일종의 자연재해로 보고 정부 차원에서 보상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고개를 든다.
그러나 야생동물에 의해 건물이나 자동차 등 재물이 파손되는 피해가 있어도 관련 규정이 없어 중앙정부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11월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이 지자체와 국가가 야생동물 피해 보상비용을 분담하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지금까지 상임위원회 심사도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다만 자동차나 건물에 대한 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대물보상 기준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광화문에 출몰한 멧돼지와 부딪쳐 피해를 본 택시는 택시조합이 가입한 보험으로 처리되었다”고 밝혔다.
◆더 이상 서울은 멧돼지 안전지역이 아니다.
서울 도심의 멧돼지 출현 횟수는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1~ 2016년 서울에서 멧돼지가 출몰해 119 구조대가 출동한 기록을 분석해보면 2011년 43건, 2013년 135건, 2016년(11월까지 누적 기준) 548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서울 도심에 등장한 멧돼지만 해도 이번 광화문광장까지 4마리째다. 지난 1월1일 서울 은평뉴타운 아파트 단지의 근처에서 1마리가 출현·활보했고, 같은달 7일에는 북한산 매표소 앞에서 멧돼지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2일 도봉구 방학동에서도 등산로에 멧돼지가 사람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시는 작년 3월부터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 등과 함께 사냥 허가를 받은 엽사들과 함께 멧돼지 출현 방지단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방지단의 이석렬 단장은 “멧돼지는 상위 포식자가 없고, 5년생은 6마리까지 새끼를 낳기 때문에 개체 수가 빠르게 늘어난다”며 최근 들어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북한산에 사는 멧돼지는 300마리쯤으로 추정되지만 작년 서울에서 포획한 개체는 70마리 정도밖에 안돼 앞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게 방지단의 전망이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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