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4-03 18:06:56
기사수정 2017-04-03 18:06:55
불안한 ‘문재인 대세론’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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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수도권, 강원, 제주 선출대회. 이재명 후보가 정견 발표를 마치고 안희정, 문재인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 |
차기 대권으로 가는 본궤도에 올라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최우선 과제는 ‘원팀’ 구성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50%를 바라보는 반면 문 후보 지지도는 수개월째 30%대에 갇혀 있다. 안희정, 이재명 경선 후보와 경쟁하는 상태에선 불가피한 결과였다. 3일 본선에 나서게 된 문 후보로선 20∼30%에 달하는 안희정·이재명 후보 지지층을 최대한 흡수해 대세론을 보강해야만 한다. 특히 경선 직후 1주일 동안 경선 승리 효과를 극대화해 한층 높은 지지도를 공고히 해 놔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최근 지지도 급상승세를 저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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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수도권, 강원, 제주 선출대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
하지만 문 후보는 2012년 대선 당시 ‘원팀’을 구성하지 못해 패배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손학규 후보 등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또 안철수 후보와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에서 입은 내상이 컸다. 그 결과 이들 지지층을 최대한 흡수하지 못한 것이 최대 패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문 후보는 경선 초반부터 “우리는 원팀이다. 경선이 끝나면 다시 함께 정권교체에 나설 것”이라고 줄곧 강조했다. 안희정·이재명 후보 역시 ‘원팀’의 중요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경선 도중 문 후보를 향해 “정떨어지고 질리게 한다”고까지 말했던 안 후보지만 막바지에는 기자들에게 “결과가 나오면 승복해서 힘을 모을 것”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서로 간 일부 신경전이 있었다 할지라도 힘 모으는 데 큰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역시 “경선 때는 포지션을 정하는 것”이라며 “누가 공격수를 하고 수비수를 할지 어떤 결정이 나든 우리는 한 팀으로 정권을 교체하고 세상교체를 할 때까지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문 후보가 원팀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선 낙관론 못지않게 회의적 시각도 많다. 현직 지자체장으로서 선거운동에 직접 나서는 데 제약이 있는 안·이 후보의 협력 여부는 차치하고 양 캠프 세력이 적극적으로 문 후보 측에 가세할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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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수도권, 강원, 제주 선출대회에서 각 후보 지지자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
애초 안·이 후보 진영은 문 후보 측은 아예 인정조차 않는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참여한 이들이 다수다. 경선과정에서 벌어진 ‘문자 폭탄’ 시비 이전부터 파인 감정의 골이 꽤 깊다. 문재인캠프가 대선용으로 확대 개편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흡수해야 할 텐데 ‘용광로 선대위’를 차리기는 어렵고 일부 인사 개별 합류 수준에 머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에 문 후보 측은 ‘탕평인사’ 등을 앞세워 원팀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2012년 경선 때는 경쟁 후보들과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데 실패했고 경선 직후 안철수 후보가 출마선언하면서 컨벤션효과도 잡아먹었었지만 올해는 그때와 다를 것이며 여러 방안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 후보의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문자 폭탄이나 18원 후원금 등은 함께 해야 할 동지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고, 정권교체에 이견이 없는 많은 동지의 마음이 다치고 또 닫혔다”며 “용광로 캠프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남긴 상처를 돌아봐야 할 때”라고 글을 올렸다. 문 후보 지지자들에 대한 당부 형식을 빌려 안·이 후보 측에 과열 경선 과정에서 빚어진 불상사를 사과한 것으로 읽힌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