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조국· 안희정, 이세돌 ‘깜짝 손님’ 대동 눈길

경선장 이모저모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수도권·강원·제주권역 선출대회는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앞선 호남·충청·영남에서 3연승을 거둔 문재인 경선후보에게 판이 기운 만큼 사실상 마지막이라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후보, 지지자 모두 경선 결과에 관계없이 단합할 것을 외쳤지만, 치열한 경선이 남긴 분열의 파편 또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수도권, 강원, 제주 선출대회에서 각 후보 지지자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행사장 입구는 파랑(문 후보), 노랑(안 후보), 주황(이 후보) 물결 응원전을 펼치는 지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장내에는 각 후보를 응원하는 대형 현수막이 펼쳐졌다. 문 후보 측은 “5월9일 슈퍼문(文)이 뜬다”, 안 후보 측은 “결국은 안희정입니다”, 이 후보 측은 “태어나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을 내걸었다. 이날 문 후보 측은 5000여명, 안 후보 측은 4000여명, 이 후보 측에선 28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문, 안 후보는 이날 행사장에 ‘깜짝 손님’을 대동하며 마지막 경선을 기념했다. 문 후보는 조국 서울대 교수와 최근 캠프에 합류한 치어리더 박기량씨가 함께 했다. 안 후보는 자신의 후원회 회장인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동행했다. 이 9단은 “후보 얼굴 볼 겸, 겸사겸사 왔다. 결과는 중요치 않다”며 안 후보를 격려했다. 정권교체 기대감이 높은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만큼 유럽연합(EU) 대표부 마이클 레이터러 대사 외에도 미·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 4강 등 여러 국가의 외빈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이날 경선후보와 당 지도부 등은 행사 내내 ‘우리는 한 팀’을 강조했다. 그러나 장내에는 과연 경선 이후 단합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혼재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지지를 선언한 치어리더 박기량 씨가 31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영남권역 선출대회에 참석해 문재인 캠프 지지자들과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
당 선관위는 이날 네 후보 측에 결과 발표 이후 패배 수락 연설부터 할 것을 제의했으나, 안·이 후보 양측이 반발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캠프 관계자 일부는 당 선관위가 문 후보 측 제안을 대신 전달했다고 주장하며 “(문 후보가) 벌써 대통령 다 됐다는 듯 행동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문 후보 지지자들 또한 안·이 후보 지지자 측에 문 후보 당선 시 화합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함께 꽃다발을 전달하자고 제안했으나, 양측 모두 거절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행사장 밖에는 “ARS 원본 DB(데이터베이스) 보존 공개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시위대가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4월1일 실시한 민주당 수도권·강원·제주 권역 ARS 투표에서 자동 설정된 메시지 일부가 “선거인 명부에 등록되지 않은 번호다”라고 안내되며 오류가 생긴 것을 두고, 절차적 투명성 문제와 함께 문 후보가 압승한 앞선 경선 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날 추미애 당 대표가 단상에 올라서자 문 후보 측은 환호하며 추 대표를 연호했지만 안·이 후보 측 지지자들은 입을 다물기도 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