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4-04 20:55:39
기사수정 2017-04-04 22:52:41
프로배구 박미희 감독 이어 세번째 / 李 감독 “많이 배우고 최선 다할 것”
여자 프로배구 V리그 사령탑에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컴퓨터 세터’로 불리며 국가대표로 활약한 이도희(49) 전 SBS스포츠 해설위원이 현대건설 신임감독으로 지휘봉을 잡게 됐다. 2016~2017 시즌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를 제패한 여성 사령탑 박미희(54) 흥국생명 감독에 이어 프로 배구에서는 역대 세 번째다.
4일 이 감독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는 아직 갓 껍질을 깨고 나온 병아리다. 감독을 처음 맡았기 때문에 앞으로 많이 배우겠다”면서도 “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최선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다.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살려보겠다”고 다부지게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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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스포츠에서 역대 두 번째 여성 사령탑이 된 이도희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 감독이 팀 재건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SBS스포츠 제공 |
이 감독은 독보적인 스타 세터가 없는 현 여자 프로배구에서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선수시절 이름을 떨쳤다. 1985년 GS칼텍스의 전신인 호남정유에 입단한 이 감독은 170㎝의 단신이다. 그러나 넓은 시야와 순발력, 정확한 볼 배급을 과시하며 실업배구 최고의 세터로 군림했다.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선 팀 주장을 맡아 선수단을 이끌며 금메달을 일궈내기도 했다. 1995년 4월 은퇴한 뒤 당시 김철용 대표팀 감독의 간절한 러브콜을 받고 그해 9월 대표팀에 재차 복귀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는 은퇴 뒤 흥국생명 코치(2008~09), GS칼텍스 코치(2010~11), 여자 국가대표팀 코치(2013) 등을 역임하며 다양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특히 현대건설의 세터 염혜선, 이다영과는 인연이 깊다. 비시즌 기간 선수들을 지도하며 사제의 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구단에서도 세터의 기량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얼마나 달라질지는 선수 의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3일 오후 구단과 2년 계약을 한 뒤 곧바로 선배 박 감독을 찾았다고 한다. 자신이 지휘봉을 잡게 된 데는 최초 ‘여성 감독’ 물꼬를 튼 박 감독의 노고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박 감독이 그동안 잘 하셔서 좋은 기회가 온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박 감독도 내가 성공해야지 앞으로 여성 감독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덕담을 하더라”며 “박 감독의 발자취를 뒤따라가는 입장인데 선배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