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장병 태웠던 레토나, 신형 차량으로 바뀐다

군 당국이 한국판 험비(HMMWV, 고기동 다목적 차량)인 소형전술차량 실전 배치를 앞두고 야전에서 성능 점검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기존에 운용중인 K311 다목적 트럭과 K131 전술차량 등은 순차적으로 일선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5일 취재진에 공개된 신형 소형전술차량이 험지를 기동하며 성능 테스트를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군용차량은 현재 5만여대가 우리 군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차와 장갑차 등 기갑장비 도입에 밀려 군용차량 개발은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때문에 미국제 지프와 트럭을 복제생산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1997년 ‘레토나’ K-131 지프가 등장하면서 순수 국산 차량이 군에서도 쓰이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사용한 윌리스 지프를 국산화한 K-111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K-131은 ‘레토나’라는 이름으로 민수용으로도 판매됐다. 오디오와 파워핸들을 갖춰 다른 차량에 비해 운전하기 쉬워 운전병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민수용으로도 판매된 덕분에 시중에서도 부품을 구할 수 있어 정비가 쉬웠다. 하지만 개발된 지 20년이 지나면서 새로 개발된 소형전술차량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신형 군용 차량인 소형전술차량은 지난 1월부터 육군 12사단과 해병대 2사단 등 일선 부대에서 야전운용시험을 받고 있다. 야전운용시험은 시험평가에서 군 운용 적합 판정을 받은 장비의 초도 생산 물량을 일정 기간 야전에서 운용하면서 보완점을 찾는 절차다. 방사청은 이달 안으로 마무리되는 소형전술차량 야전운용시험 결과를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될 양산 과정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군용 차량은 대대급까지 배치됐지만 소형전술차량은 중대급 부대에서도 운용하는 차량이 될 예정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평가를 진행한 결과, 혹한의 환경과 산악 지형의 험로 기동 등을 통해 기존 차량 대비 탁월한 성능을 입증했다. 일선 부대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기존 차량들은 수동변속기를 장착했으나 소형전술차량은 자동변속기를 갖우고 있다. 내비게이션과 후방카메라를 달아 운전자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엔진 성능도 기본형이 225마력에 최대 토크 50㎏·m으로 K131(130마력, 18㎏·m)과 K311A1(130마력, 37㎏·m)보다 뛰어나다. 소형전술차량은 지휘용 4인승과 8인승, 기갑수색용, 포병관측용, 정비용 등 5종이다. 여기에 현궁 대전차 유도무기 탑재 차량과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탑재 차량, 화생방 정찰 차량 등도 전력화할 계획이다.

선진국에서는 군용차량의 동력원을 혁신해 소음수준을 낮추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 모터스(GM)는 미 육군과 공동으로 수소와 산소를 섞어 발생한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군용차량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연료를 연소하지 않아 배기가스가 없고 적군의 열영상감지기에도 잘 포착되지 않는다. 군용차량에 탑재되는 무기가 기관총에서 레이저무기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기관총은 지속적인 탄약 재보급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군수지원 부담에서 자유로운 레이저무기를 장착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특히 다수의 표적으로 신속하게 공격할 수 있어 무인정찰기를 격추하는데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차량 탑재형 소형 레이저무기 개발이 진행중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