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진핑 앞에서 시리아 공습 공개… 北·中 강력 경고

마라라고 리조트서 24시간 ‘밀당’ / 트럼프, 中이 北문제 해결 안 나서면 / 선제타격 등 독자 대응 가능성 시사 / 무역 불균형 등 놓고 ‘주고 받기’ 절충 / 트럼프 만찬 후 “얻은 게 없다” 농담 / 시진핑, 통역 듣고 엷은 미소 짓기도 / 펑리위안엔 “위대한 가수 모셔 영광”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6∼7일(현지시간) 24시간 동안의 ‘밀당’에 들어갔다. 두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미·중 간 무역 불균형 해소,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주고받기’ 식 절충을 계속했다. 호스트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중에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고 있다”고 중국과 시 주석에 대립각을 세웠던 것과는 달리 시 주석을 극진히 환대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세 번째)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왼쪽)가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네 번째)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오른쪽)와 환담하고 있다.
팜비치=AP연합뉴스
◆시진핑 앞에서 시리아 공격 무력시위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불러 놓은 자리에서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미군의 전격적인 공습작전 명령을 내린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로 민간인을 학살하자 즉각 군사행동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시리아 공습은 북한과 이란을 비롯한 미국의 잠재적인 적국에 대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 일행과 마라라고에서 만찬을 끝낸 뒤 시리아 공격 배경을 설명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으로 인해 미국 언론의 관심이 시리아 사태에 집중되면서 미·중 정상회담이 그늘에 가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시 주석에게 시리아 공습을 통해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겠다”고 경고한 것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 대응책은 선제타격 등 군사적인 옵션을 포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찬을 하던 도중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우정을 쌓았다”며 “매우, 매우 위대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팜비치=AFP연합뉴스
◆트럼프의 파격적인 농담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6일 오후 5시10분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검은색 리무진을 타고 도착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만찬장 건물 앞에서 직접 맞이했다. 미·중 양국 정상은 처음으로 만나 서로 악수를 하면서 인사했고, 공식 만찬에 앞서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당초 만찬은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비공식 대화가 길어져 만찬은 예정보다 40분가량 늦어진 오후 7시10분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에서 우리는 긴 대화를 했지만 아직은 얻은 게 없다고 하자 그의 옆자리에 앉은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농담을 통역을 통해 들으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가수’로 불리던 펑 여사에 대해 “놀라울 만큼 재능 있는 부인이자 중국에서 대단한 유명인이고, 위대한 가수를 미국에 모시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 핵과 시리아 사태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못 들은 척 대꾸하지 않았다.

30여명이 참석한 만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부부인 이방카 트럼프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라인즈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양국 정상과 가까운 자리를 차지했다. 전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전격적으로 배제됐던 스티븐 배넌 수석전략가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크루즈 미사일 발사 7일(현지시간) 지중해 동부 해상에 있는 미 해군 구축함 로스함에서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이 시리아 공군 비행장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공격 목표인 시리아 중부 홈스 인근 알샤이라트 공군 비행장은 지난 4일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한 시리아 정부군 전투기들이 이륙한 곳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 제공. AP연합뉴스
◆햄버거 대신 스테이크로 만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국 국가주석을 국빈으로 초청해 환대한 것을 비판하면서 “그들에게 햄버거나 주면서 협상하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이날 만찬에는 햄버거가 아닌 스테이크, 생선, 포도주 등 최상의 음식이 나왔다. 백악관에 따르면 만찬 주 요리로는 생선과 스테이크 두 종류를 준비했다. 생선은 샴페인 소스를 곁들인 도버 서대기(도버해협에서 잡히는 가자미목의 일종)를 주 메뉴로 포카치오 식전 빵과 파르메산 치즈가 어우러진 시저 샐러드, 녹색 껍질 콩, 당근 등을 마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메뉴뿐 아니라 시 주석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꿨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첫 만남에서 잘 짜인 안무에 맞춰 대국의 지도자처럼 보일 수 있도록 연기를 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시 주석이 떠난 뒤에 중국을 비롯한 외국의 철강 수입품을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라고 NYT가 이날 보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