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년 은둔형 외톨이 23만명…"30%는 7년 넘게 외출 안 해"

일본에서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가 늘면서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40대 이상 중년층에서만 2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9년간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한 일본 남성. 그는 그간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
12일 일본 비즈니스저널에 따르면 과거 청소년 문제로 인식되던 은둔형 외톨이는 최근 들어 30대 후반에서 40대에 이르는 중년층까지 확산 중이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전국의 35~39세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젊은층의 생활조사'를 살펴보면 직장이나 특별한 활동 없이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이가 23.7%로 나타났다. 이들 중 '7년 이상 집에서만 생활했다'고 답한 비중은 34.7%에 달했다.

후생노동성의 작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15~39세 은둔형 외톨이가 전체 인구 중 63만여명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40대 이상은 23만여명으로 추측된다는 게 후생노동성 측 설명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진행한 조사에서는 40대 이상 은둔형 외톨이가 전 연령대의 30~5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세키미즈 텟페이 릿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과거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청소년에 국한됐지만,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조사가 진행된 뒤 중장년층의 문제로 확산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세키미즈 교수는 "1990년대 중반 후 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 종신고용이 사라지면서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기가 어려워졌고, 그 결과 정규직으로 취업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다"며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았더라도 노동환경 악화로 퇴직을 강요받는 직장인이 늘면서 이들 중 일부가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년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지원 등 사회적 안전망이 충분하지 않은 현재 형편으로 보면 사회에서 멀어진 이들은 집 이외 설 자리가 없고, 결국 가족에 의지한 채 살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년 은둔형 외톨이를 사회로 복귀시킬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키미즈 교수는 "은둔형 외톨이들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불안과 초조, 죄책감 등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우울증 등 정신 건강이 나빠진다"며 "집에서만 지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족 부담이 커져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큰 짐이 된다"고 우려했다.
은둔형 외톨이에는 남녀가 따로 없다.
일본에서 중장년층 은둔형 외톨이는 그 수가 많기도 하지만, 이들이 사회와 떨어진 시간만큼 복귀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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