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알람은 필요없다. 새들의 지저귐,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따사로운 봄햇살이 살포시 아침 잠을 깨운다. 밤새 거실을 데운 벽난로에서 아직 땔감이 따뜻한 온기를 내뿜고 고풍스런 나무 창문을 열면 햇볕을 머금은 부드러운 바람이 몸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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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돌벽으로 지어진 니따르디 건물 전경 |
눈앞에 펼쳐지는 드넓은 포도밭. 어디선가 날아오는 라벤더 등 각종 허브와 꽃향. 그리고 그속에 은밀하게 섞여있는 잘 숙성된 와인 냄새. 700년이 넘은 고색창연한 와이너리에서 하루밤을 보내면 어느새 중세시대의 풍경속으로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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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따르디 안내 표지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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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따르디 와이너리 입구 |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남쪽으로 4시간30분을 승용차로 달리면 투스카나주의 피렌체와 시에나에 걸쳐있는 유명한 와인산지 끼안띠 클라시코의 언덕이 나타난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며 숲속으로 30분가량 더 깊숙히 들어가자 한눈에도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색바랜 벽돌 건물이 눈앞에 서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가이자 건축가 미켈란젤로가 오랫동안 소유했던 와이너리 패토리아 니따르디(Fattoria Nittardi)다. 와이너리 곳곳에 놓인 조각품들과 그림이 걸린 거실, 뒤뜰을 거닐다 보면 어디선가 미켈란젤로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니따르디의 역사는 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수도사들이 만든 와이너리인데 르네상스시대에 교회와 성당의 벽화를 그려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미켈란젤로가 1549년 니따르디를 사들였다고 한다. 그후 미켈란젤로와 가문은 이를 250년동안 소유하며 와인을 빚었다. 와이너리 이름 니따르디는 1183년에 이곳에 세워진 방어용 감시탑 ‘넥타르 데이(Nectar Dei)’에 유래됐다. 이는 ‘신의 과일즙(The Nectar of the God)’이란 뜻이니 와이너리 이름으로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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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따르니 와이너리 곳곳에 놓인 조각작품들 |
미켈란젤로가 와이너리를 매입한 시기는 유명한 로마의 시스티나 성당 벽화를 그리던 때였는데 와이너리를 소유하게되면서 당시 교황 울리우스 2세에게 와인을 바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전통은 지금도 이어져 니따르디에서 매년 첫번째로 병입한 ‘넥타르 데이’ 6병이 교황에게 보내지고 있다. 이 와인은 니따르디가 1999년 새로 매입한 투스카나 남부 해안 마렘마(Maremma)에서 빚는 ‘수퍼 투스칸’ 와인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 국제품종을 중심으로 만든 니따르디의 최상급 와인이다.
니따르디는 이처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1980년대 전까지 맛은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니따르디 와인의 품질을 혁신적으로 끌어 올린 이가 현재 소유주인 피터 펨퍼트(Peter Femfert) 부부와 아들 레옹(Leon)이다. 독일에서 유명화랑 디 갤러리(Die Galerie)를 운영하는 피터는 미켈란젤로 가문이후 피렌체 출신의 다른 가문으로 인수됐던 니따르디를 1981년 인수, 오래된 와인 숙성고를 현대식 셀러로 바꾸며 와이너리를 하나씩 다시 일궜다. 포도나무를 더 촘촘하게 심는 스트레스 농법과 가지치기로 한그루의 생산량을 대폭 줄여 포도의 응집력을 끌어 올렸다. 또 피사대학에서 양조학을 전공한 와인메이커 안토니오 스푸리오(Antonio Spurio)가 2004년 부터 합류해 최고의 밸류 와인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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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니따르니 방문객 숙소 거실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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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따르디 오너 피터 펨퍼트(Peter Femfert 오른쪽)와 아들 레옹(Le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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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와 김창렬 화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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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 화백이 그린의 까사누오바 디 니따르디(Casanuova di Nittardi)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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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따리디의 올리브 오일을 들고 포즈를 취한 오노 요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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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요코가 그린 까사누오바 디 니따르디(Casanuova di Nittardi)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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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메이커 안토니오 스푸리오(Antonio Spuri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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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누오바 디 니따르디(Casanuova di Nittardi) 레이블이 전시된 와이너리 내부와 니따르디 와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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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르 데이(가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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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따르디 포도밭 전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