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4-14 15:48:47
기사수정 2017-04-14 16:16:08
진돗개를숭배하는 사이비 종교 신도들이 신도의 3살짜리 아들을 "악귀가 들었다"며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가 3년만에 붙잡혔다.
이들은 교주가 산짐승 등에 의해 시신이 발견될 것을 우려하자 3일뒤 시신을 꺼내 그 자리에서 화장한 뒤 강에 뿌려 완전범죄를 추구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아들이 맞아 죽어갔지만 보고도 말리지 않았던 아이 어머니는 신도들과 함께 시신을 유기한 뒤 거짓으로 실종 신고까지 했다는 점이다.
14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이비 종교 신도 김씨(53·여)를 폭행치사·사체유기·사체손괴 혐의로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시신 유기를 도운 아이의 친어머니 A씨(41·여)와 교주 부부 B씨(55)와 C씨(49·여)를 사체유기·사체손괴 혐의로 구속했다.
더불어 D씨(71·여)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 7일 용인의 한 연립주택에서, 김씨 등 3명은 8일 검거됐다.
신도수 20~30명인 이들은 진돗개를 '영물'로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집단으로 서울과 전주 지역에서 진돗개 10여 마리를 키우며 10여명 가량이 모여 공동생활을 했다.
2014년 2월 남편과 이혼한 A씨는 딸(10)과 아들을 데리고 이 종교집단에서 공동생활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김씨는 "악귀가 씌어 아이가 고집이 세고 말을 듣지 않는다"며 A씨의 아들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14년 7월7일 오전 11시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연립주택에서 김씨는 A씨의 아들(당시 3세)이 전날 바지에 오줌을 쌌다는 이유로 혼을 냈다.
아이가 울자 김씨는 "악귀가 씌었다"면서 나무 주걱으로 머리와 입술 등을 때려 숨지게 했다.
A씨는 이를 지켜만 봤다.
아이가 죽자 범행이 들통날까 두려워진 김씨와 A씨는 교주의 아내 C씨와 함께 아이 시신을 나무 상자에 넣어 이 종교집단의 다른 주거지가 있는 전북 전주 완주군으로 가서 근처 야산에 묻었다.
사흘 뒤 교주 B씨가 멧돼지가 시신을 파낼 것을 염러하자 이들은 시신을 다시 파내 그 자리에서 화장, 임실군의 한 강변에 유골을 뿌렸다.
A씨는 범행 한 달뒤인 2014년 8월 "부천의 한 백화점 앞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거짓 실종 신고를 했다.
실종 수사에 나선 경찰은 백화점 주변을 집중 수색하고 탐문을 벌였지만 아무런 단서가 잡히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아들이 실종된 지 한 달이 지나서 신고한 점, 아들이 실종된 시간과 장소 말고는 사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점,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을 의심해 수사를 종결짓지 않고 A씨의 살폈다.
그러던 중 지난 3일 전주에서 김씨의 지시를 받아 시신을 유기할 땅을 팠던 D씨를 설득해 진술을 이끌어냈다.
진돗개를 숭배한 이 종교집단은 2015년 서울과 전주의 주거지를 없애고 경기 용인으로 모였다.
경찰에 잡힌 A씨는 "자신이 아들을 죽였다"고 거짓 자백하면서 김씨를 두둔하다가 "죽은 아들에게 미안하다, 김씨를 원망하고 있다"고 뒤늦게 자책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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