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년 전 투자했던 부동산 물건들이 계약 만기가 돌아오면서 전·월세를 다시 조정하기도 하고, 매도를 하기도 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아 많이 애를 먹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꼭 매도해야 한다고 생각한 물건은 매수인이 원하는 조건에 거의 맞춰 주었고, 다시 세를 놓는 물건은 필자가 생각했던 시세보다 저렴한 값에 계약했다.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를 하고 나니 사람 마음이 간사하여 ‘조금만 더 비싸게 팔 것을…’, ‘전세금을 조정해 주지 않았어도 되지 않았을까’, ‘2년 전 이 물건을 볼 때 내가 △△동네 OO아파트랑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게 훨씬 수익률이 좋네’ 하는 생각들로 괴로웠다.
사실 이런 고민은 투자 물건의 만기가 도래하는 상황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투자를 하면 많은 순간 후회와 아쉬움이 나타난다. 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읽었던 책 중 조훈현 바둑기사의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의 문구를 인용해 보고자 한다. 어린 시절부터 평생 바둑을 두며 살아온 그가 바둑판에서 배운 ‘생각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 에세이에서 필자가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 대목이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
복기란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해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 보는 것을 뜻한다.
정해진 시간 바둑시합이 끝나고 승자는 승리의 기쁨을, 패자는 패배의 아픔을 감춘 채 처음부터 다시 한 수, 한 수를 놓아보며 어느 한 수에서 상대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는지, 어디에서 결정적으로 패배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다. 승자에게는 기쁜 회상의 시간이고, 패자에게는 처참한 반성의 시간일 것이다. 복기는 승자로 보면 다음 시합에서 자신의 수를 한 번 더 재정립하는데, 패자에게는 승자를 이길 수 있는 한 수를 깨닫게 되는데 각각 ‘꼭 필요한 시간’이다.
부동산 투자에서도 진한 후회와 아쉬움을 줄여나가기 위해 자신의 투자에 대한 복기가 필요하다. 과거 투자했던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 하나하나 본인의 선택을 되짚어 보는 것이다. ‘당시 부동산 전체 시장 상황은?’, ‘당시 이 물건을 투자한 목적은?’, ‘당시 이 지역의 현장 상황은?’, ‘당시 이 물건을 선택한 결정적인 근거는?’, ‘당시 선택하지 않았던 물건의 현재 수익률은?’ 이렇게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다 보면 본인의 투자에 대한 피드백이 되는 것이다.
필자의 사례를 들어 보겠다. 필자는 실거주로 두 채 정도의 집을 매수·매도한 뒤 2014년 5월부터 실제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상승 초입이었다. 필자는 부동산 공부의 시작으로 경매를 배웠지만, 경매보다 ‘급매’에 집중했다.
지금까지 필자의 투자에 대한 복기를 해보니 당시 급매보다 ‘경매’로 물건을 취득했더라면 더 큰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상승 초입이라는 것도, 상승 초입 시장에서는 ‘경매’와 ‘급매’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을 그 당시는 몰랐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에 대한 복기를 통해 그 당시 수도권 전체의 시장상황과 경매시장의 낙찰가율 수준, 일반매매 시장의 분위기, 당시 지역별 임대 회전율 등을 떠올리며 고민과 선택에 대해 하나하나 되짚어 보니 알게 된 것이다.
필자의 투자 복기는 수익률이 좋은 물건이면 다음번 투자에서도 동일한 선택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이에 비해 후회와 아쉬움이 많은 물건은 이를 줄여나기기 위해 더 철저하게 복기해야 한다. 몇 번이고 다시 투자 당시 상황으로 되돌아가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며 내가 왜 A와 B 중 A가 아닌 B를 선택했는지 결정적 근거를 확인한 뒤 그 근거에는 어떤 판단의 오류가 또는 투자의 미숙함이 있었는지 스스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물론 그때마다 속은 쓰리지만 다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투자에 대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시간이 모이고 모여 필자를 부동산 투자 고수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당신은 부동산 투자자인가? 투자에 성공했는가 혹은 실패했는가? 진정 부동산 투자 고수가 되고자 한다면, 복기가 필요하다. 성공한 투자에 대한 복기는 당신을 더욱 큰 성공의 길로 인도할 것이고, 실패한 투자의 복기는 새로운 전략으로 무장시켜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혜('직장인 재테크, 우리는 부동산으로 투잡한다' 공동저자, 필명 '베로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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