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를 더러 읽는다. 가본 곳도 있고, 닿지 못한 곳은 더 많다. 브루스 채트윈의 <파타고니아>는 해를 넘겨 읽었다. 번번이 읽다가 만나는 누군가에게 주고 또 읽다가 주고, 몇 차례 그런 뒤에야 ‘아마도 그가 연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곡이었던 것 같다’는 마지막 문장을 읽을 수 있었다. 엄살 투성이의 많은 여행서와 달리 그 글의 담백함은 세계 여행서적의 앞과 뒤가 그로 갈린다는 전설이 왜 아니겠는가 싶더라. 생떼쥐베리의 <야간비행>의 무대가 되고, 셰익스피어가 <템페스트>의 영감을 얻고, 조나단 스위프트의 거인 모델이 살고, 찰스 다윈이 극찬한 파타고니아의 장관이 있으리라던 예상과 달리 정작 그가 보여준 것은 세상 끝에 이른 방랑자들과 갈 곳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나 역시 사람들을 더 눈에 담을 것 같다는 예감...
김훈의 <자전거로 하는 여행>도 있었다. 그의 소설들이 그렇듯 행간에 쌓인 말들을 짚느라 더딘 책읽기였다. <나를 부르는 숲>를 비롯한 빌 브라이슨의 여행서들은 일관되게 툴툴거리지만 그 속에서 또한 일관되게 ‘사람의 마음’에 대해 생각게 하는 그의 미덕을 보았다. 네팔 여행기인들 왜 안 봤을까. 그 가운데 트레킹기를 썼던 한 유명작가의 글은 너무나 실망스러워서 책을 몇 번이나 던졌다. 그가 썼던 소설의 아름다움을 거기서도 볼 줄 알았으니까.
수필은 마침내 제 삶의 바닥을 보여준다. 아, 나라고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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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 트리부반에서 포카라로 타고 갈 비행기 |
하룻밤을 묵고 카트만두를 벗어난다. 인도의 델리가 고즈너기 겹쳐지는, 숨을 쉬기 어려운 먼지와 차 소리와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 부비고 사나 싶은 이들로 여행객을 혼망하게 만드는 도시. 그래도 거거년보다는 한결 나았다, 으레 그럴 거라 생각하고 가서 그런지.
이튿날 포카라 행을 위해 트리부반 공항으로 갔다. 제 때 비행기 날기 기대도 않았지만 3시간을 훌쩍 넘어 게이트로 들어갈 수 있었다. 비행기 앞에서만도 다시 몇 십 분.
“여기서 10분만 기다리시면...”
“그건 30분이란 얘기군요!”
비행기 앞의 공항버스에서도 이미 몇 십 분을 기다리고 있던 일행 사이에서 캐나다 사내 하나가 익살을 떨었다. 영국에서 캐나다에서 스페인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온 이들 아홉이 기다림으로 길었던 시간을 한바탕 웃음으로 그리 날렸다. 별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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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 행 국내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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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에 준비되어 있는, 멀미로 인한 구토 주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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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가는 비행기에서 찍은 히말라야 산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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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가는 비행기에서 찍은 히말라야 산군 |
포카라 공항에서 ‘Nepal Tourism Board’까지 걸어 15분.
모든 트레커는 팀스(Trekking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카드를 받아야 하고, 안나푸르나는 국립공원 및 보호구역 입장료(허가증, 대개 퍼밋이라 부름;National park & conservation fees)도 내야한다. 한 건물에서 다 받을 수 있으며, 카트만두에서도 마찬가지다. 각 2,000루피. 팀스 오피스는 문을 닫아 받지 못했다. 허가증 없이 체크포인트를 만나면 두 배의 비용을 내야하는데... 카트만두 포카라 말고도 비레탄티며 산 들머리 두어 곳에서 받을 수도 있다는 전언. 참,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랑탕 지역을 뺀 다른 곳은 Trekking Permits도 내야 한다.
그런데, 트레킹 지역으로 쓰는 칸에 여러 곳을 적었다. 그렇다고 비용을 더 내는 것도 아니니까. 안나푸르나는 그 너른 지역만큼 트레일 또한 많다. 이전에 갔던 ABC를 갈 수도 있고, 푼힐까지만 오를 수도 있고, 이번에 가보려고 생각한 마르디 히말을 정말 갈 수도 있고, 또 다른 어디로 갈 수도 있을. 길은 어떻게든 연결되고 갈림길에서 다른 맘이 들 수도 있으리.
옥영경(자유학교 물꼬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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