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4-18 06:00:00
기사수정 2017-04-18 21:25:01
선거 개입 의혹 ‘더불어희망포럼’ 단톡방 살펴보니…
더불어희망포럼의 상임위원 40여명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포럼 활동 상황과 해야 할 일 등을 공유했다. 단순히 특정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친목단체 성격으로 보기 어려운 내용들을 주고받았다. 이들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를 넘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며 각종 자료와 기사 등을 올리고 전파했다.
세계일보가 17일 확보한 이 포럼 상임위원들의 카카오톡 단체방 내용에 따르면 한 포럼 간부는 “이명박 총감독/안철수 주연 보수 집권연장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타당과 종편에서 국민을 안갯속으로 몰아넣는 언론플레이가 선거 때까지 기승을 부릴 것입니다. 동지 여러분! 인기투표식의 안철수 지지도 상승에 당황하지 말고 문어발 조직으로 꼼꼼하게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위해 ‘더불어희망’이 앞장섭시다!”라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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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조직인 더불어희망포럼 상임위원들이 속해 있는 단체카톡방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어야 한다’ 등 문 후보를 안팎에서 지원한 흔적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
호남지역 한 기초단체 의원 등도 “상대 후보 약점을 전파시키고 지인들에게 우리 후보(문재인)의 장점을 부각시켜야 한다”거나 “안 후보의 나쁜 영상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구를 주위 분들에게 널리 알려야 그 자체가 문 후보에게 유리하게 전달된다”며 얼마 전 논란이 됐던 안 후보의 조폭 연계설 관련 기사와 ‘안철수의 15가지 거짓말’이라는 인터넷 기사의 주소를 전달했다.
사조직처럼 운영된 이 포럼은 최근 상임의장인 장영달(69) 전 의원이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선대위 조직본부에 ‘희망본부’로 합류했다고 한다. 포럼의 A홍보본부장은 지난 11일 단체카톡방에 이런 내용을 알리며 “문 후보의 강력한 어필로 장 의장님이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추대됐다”고 전했다.
특히 장 전 의원이 “대선 승리를 위해 박모 사무총장님이 1000만원이나 회비를 감당해 눈물겹도록 고맙다”고 남긴 글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 돈이 대선에 사용됐을 경우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한 제3자 기부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115조는 ‘누구든지 선거에 관해 후보자를 위해 기부행위를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 전 의원이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유력 인사인 B전 감사원장, C전 의원과 오찬을 하는 사진과 함께 ‘문 후보의 선거 지원을 협의했다‘는 내용이 카톡방에 올라 온 것도 “문 후보를 위한 적극적 지원활동이나 선거개입을 한 적이 없다”는 포럼 측의 주장과 배치된다.
대선 때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후보별로 외곽조직 등 각종 사조직이 활동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에도 특정 입후보 예정자를 위해 조직적으로 선거운동을 기획하고 지역별 조직망을 만든 한 포럼 관계자들이 적발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현행 선거법상 단체가 ‘그 설립 목적과 관련 있는 특정 선거 공약을 철회 또는 채택해 줄 것을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 방법으로 건의·요구하는 행위’는 허용된다. 그러나 문제의 카톡방에서 오간 내용처럼 대선용 정치자금을 회비로 냈거나 조직적인 선거지원 및 타후보 비방 여론 조성 행위를 했다면 선거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장 전 의원은 “SNS에서 위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나열한 것일 뿐 문 후보와 관련한 선거에 실질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질적 지원이 아니더라도 경선 과정에서부터 특정 후보 지원을 위해 전국 조직망을 만들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팬클럽과 포럼 등이 순수한 목적의 설립 취지가 아니라 후보자를 위한 사조직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