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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문고 광화문점 외국어 도서 코너에 진열된 대학 수학 교재. 선형대수(linear algebra)와 추상대수학(abstract algebra) 관련 도서가 보인다. |
3학년 때 학원에서 수학강사를 한 적 있다.
시험 기간 아이들이 자율학습 중이면 앞에 수학 원서를 꺼내놓고 공부했다. 아이들의 시험 기간은 곧 내 시험 기간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쉽게 공부하고 문제를 푸는 것과 달리, 난 영어를 해석하는데 매달려 허우적댔다.
“와, 선생님은 영어로 수학을 공부하세요?”
질문하러 나왔다가 앞에 놓인 정수론 원서를 흘끗 본 어떤 학생이 던진 말이었다. 희미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지금쯤 대학생이 되었을 나이니, 만약 공대나 자연과학대에 갔다면 수학 원서를 받아들었을 거다. 너도 힘내라.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사회문제로 지적된다. 흥미를 느끼고 탐구해야 할 수학이 입시 때문에 풀이과정을 외우고 답을 내는 암기과목으로 느껴지면서 아이들이 일찌감치 수학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한다.
일부 매체는 수포자 뿐만 아니라 수그이(수학을 그만둔 이), 수집사(수학을 집어치운 사람)라는 표현도 쓰는데 발음만 다를 뿐 뜻하는 건 다 똑같다.
대학에도 수포자가 없지만은 않다는 걸 말하고 싶다.
고등학교 과정보다 심화한 수학 교재를 앞에 두면 한숨이 나오는 학생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대학에서라도 재밌는 수학을 공부할 수는 없는 걸까. ‘원서’로 공부한다고 해서 수학을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자기를 더 유식하게 보는 것도 아니다.
참, 그 교수님께서는 아직도 원서로 수업을 진행하시는지 궁금하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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