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판 '현대 왕조' 열릴까…최태웅의 현대캐피탈 '4년 더'

프로스포츠에서 ‘장기 집권’에 성공한 구단으로는 지금은 해체된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가 꼽힌다. 현대는 1998시즌부터 2004시즌까지 4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현대 왕조’를 구축했다. 당시 사령탑인 김재박(1996~2006년) 감독을 중심으로 뭉쳐 오랜 기간 탄탄한 조직력을 과시할 수 있었다.
또 한 번의 ‘현대 왕조’가 탄생할 조짐이다. 19일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최태웅(41) 감독과 2021년 4월까지 4년 재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유독 감독 교체가 잦은 프로배구에서 이같은 장기 계약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최 감독은 선수 전원이 공격에 가담하는 특유의 ‘스피드 배구’로 감독 데뷔 2년만에 2016~2017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미 최 감독의 전략에 녹아든 선수들이 더욱 진화한 ‘스피드 배구’로 오랫동안 프로배구를 점령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특히 최 감독은 이번 재계약으로 자신의 지도자 인생에서 ‘최초’라는 단어를 추가하게 됐다. 지난 2015~2016 시즌 최 감독은 V리그 출신 선수 중 최초로 은퇴 뒤 곧바로 지휘봉을 잡은 선수로 이름을 올리며 화제를 모았다. 그해 V리그 21연승으로 최다 연승 기록을 새로 썼고 최연소 정규리그 우승 감독 타이틀까지 작성했다.

올 시즌엔 겹경사다. 최 감독은 최연소 챔프전 우승 감독과 더불어 역대 감독 중 최초로 기존 계약 만료가 아직 1년 남은 시점에서 재계약을 한 지도자로 남게 됐다. 전례가 없었던 만큼 구단이 최 감독에게 보내는 절대적인 믿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최 감독은 5월 13일부터 시작되는 프로배구 남자부 트라이아웃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올 시즌 톤(캐나다)과 대니(크로아티아) 등 레프트 용병들이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보여 수차례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팀 에이스 문성민이 최근 무릎 수술을 받게 돼 용병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최 감독은 “라이트 쪽에 좋은 선수가 많아 고민 중이다. 어떻게 팀을 꾸려야 할지 머리가 복잡하다”면서도 “한 번의 우승에 안주하지 않고 현대캐피탈만의 배구를 선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