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인데 高콜레스테롤?… 유전력 의심해보세요

고지혈증 사전관리 중요
석 달 전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한 김모(34·여)씨는 검진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 술, 담배, 패스트푸드 등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전부 멀리하고, 일주일에 3회 이상 운동을 하며 꾸준히 체중과 체질량지수를 관리해 나름 건강을 자신했는데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435 mg/dL로 위험 수위를 훌쩍 뛰어넘게 나온 것이다.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도 212 mg/dL로 높았다. 김씨는 뒤늦게 오빠가 30대 초반부터 심근경색으로 고생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김씨의 진단은 가족형 고콜레스테롤혈증. ‘유전적 요인’에 의한 고지혈증이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부족 등으로 혈관 내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고지혈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고지혈증은 육류나 지방질 섭취가 많은 50대 이상에서 주로 나타나지만 김씨처럼 젊은 나이에 초고위험군 수준의 수치가 나타나는 경우도 많은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동맥경화, 뇌졸중 불러오는 고지혈증


흔히 ‘고지혈증’으로 불리는 이상지질혈증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중성지방, 그리고 ‘착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결정된다. 총콜레스테롤이 240mg/dL이상이거나, 중성지방이 200mg/dL 이상, LDL이 160mg/dL 이상, HDL이 40mg/dL 이하라는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해도 고지혈증이다.

고지혈증은 대부분 중년의 나이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면서 나타난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비만, 과도한 음주, 스트레스 등이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50대 35%가 고지혈증을 앓는다.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이 많은 고지혈증은 혈관건강 악화의 첫 신호다. 이후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중풍 등 합병증으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맥경화증은 말 그대로 혈관이 단단하게 굳는 것을 말한다. 깨끗한 혈관은 말랑말랑하지만 콜레스테롤이 쌓이며 두꺼워지면 혈관이 단단해지고, 이로 인해 혈관 내 혈액 흐름이 느려지면서 각 장기 조직은 산소와 영양분을 원활하게 공급받지 못하고 괴사, 심근경색과 뇌졸중으로 이어진다.

고지혈증으로 혈관이 일부분 좁아져 있을 때 환자가 자각하는 증세는 거의 없다. 환자가 증세를 느낄 때는 이미 합병증이 발병한 단계다. 고지혈증 관리를 사전에 해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평소 육류 위주의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을 통해 복부 비만과 체중을 조절하고 술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족형 고지혈증은 식습관 관리만으로는 한계

채식 위주의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을 유지했다고 고지혈증이 없다고 장담할 순 없다. 앞서 김씨 사례처럼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로 인해 혈중 콜레스테롤이 과다하게 함유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본인의 병세를 모르고 방심해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하기 쉽다. 본인이 가족형 고콜레스테롤혈증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심혈관질환으로 쓰러진 후에야 인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세계적으로 가족형 고지혈증은 인구 200~500명 중 1명꼴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 유병자는 약 10만명으로 추정된다. 부모가 가족형 고지혈증인 경우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50%에 달한다.

가족형 고지혈증의 경우 일반 고지혈증보다 수치가 더욱 높고 젊을 때부터 오랜 기간 고지혈증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특히 LDL 콜레스테롤이 정상수치(130mg/dL 이하)보다 현저히 높은 200~400mg/dL 정도에 달한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LDL 콜레스테롤이 130mg/dL 미만인 사람에 비해 160mg/dL 이상인 경우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은 남자에게서 약 2.3배, 여자에게서 1.4배 증가했다.

유전적 고지혈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젊은 나이에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20배 더 높고, 60세 이후에 사망확률이 남성환자는 50%, 여성환자는 15%에 이른다.

가족 중 50대 미만에 조기 관상동맥질환, 심근경색, 가족성 고지혈증을 앓은 사람이 있거나 190mg/dL 이상의 LDL수치가 나타나면 가족형 고지혈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뒤꿈치의 힘줄이 부풀어 오르거나, 눈 주위에 황색종, 각막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어 백색 각막륜이 나타나면 가족형 고지혈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는 “가족형 고지혈증의 경우 고지혈증에 노출된 기간이 길고 LDL수치가 높아 일반 고지혈증에 비해 위험성이 더욱 크다. 방치시 심장 관련 질병 발생이 10년 이상 앞당겨질 수 있다”며 “가족 중 젊은 나이에 심혈관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거나 LDL 수치가 190 mg/dL 이상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우에는 유전력을 의심하고 관련 검사를 받아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