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만 자영업자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인 자영업자들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취업 문턱이 높아짐에 따라 실업률이 치솟자 외식·소매 등 개인사업으로 희망을 찾으려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갚아야 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소득이 정체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자영업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은 최근 여러 경제지표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자영업자들 생계형 많아…사업 실패시 가구 전체 '휘청'
25일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자영업자의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4로 한달 전보다 4포인트 떨어졌고, 가계수입전망 CSI는 89로 11월보다 역시 4포인트 낮아졌다.
자영업자의 소비지출전망 CSI는 2년 만에, 가계수입전망 CSI는 4년 만에 각각 최저치를 기록한 것인데 이를 통해 자영업자들의 경제여건이 크게 악화됐다는 점을 유추해볼 수 있다. CSI는 6개월 후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로, 그만큼 자영업자들이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별로 기대하지도 않고, 지갑도 크게 열 수 없을 거라고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의 소득 정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과 한행, 금융감독원이 공동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2015년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소득 증가율은 전년 대비 1.2%로, 임시·일용근로자(5.8%)나 상용근로자(2.1%)보다 낮았다. 201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0.7%)를 감안하면 자영업자의 실질 소득은 거의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570만 자영업자…464조원의 대출
이에 반해 빚은 크게 늘었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자영업자 대출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464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출액인 411조8000억원보다 12.8%(52조7000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자영업자들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외식·소매·임대 등의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자영업자 수는 570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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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가격 조정, 대출금리 상승 등의 충격이 발생할 경우 임대업의 중·저신용등급 차주(借主)를 중심으로 채무상환능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도 취약계층인 자영업자 대출이 부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선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상가임차권보장 등 자영업 보호를 외치고 있으나, 이는 미봉책(임시로 꾸며 대어 눈가림만 하는 계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 해소, 질 높은 일자리 창출, 서민복지 등 사회안전망 강화 등 큰 그림 속에서 자영업자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BBQ, 내달 초 치킨값 인상할 듯
한편 지난달 초 단행하려다 정부의 강한 압박으로 무산됐던 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치킨값 인상 계획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BBQ는 지속적인 인건비, 임차료 상승과 과도한 배달앱 수수료 등으로 가맹점주들이 어려운 입장이라며 조만간 모든 가맹점의 치킨 메뉴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할 때 인상 시기는 다음달 초가 될 것으로 보이며, 가격 인상폭은 지난달 초 발표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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