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5-01 01:35:19
기사수정 2017-05-01 01:35:19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어제 미국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과 관련해 양국 간 합의 내용을 재확인했다. 한국이 부지와 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 전개와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존 합의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 사드 비용 10억달러를 요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맥매스터 보좌관은 “동맹국들의 비용 분담에 대한 미국 국민의 여망을 염두에 두고 일반적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국내 정치용이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앞으로 우리에게 다른 방위비 청구서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한·미 방위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계산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방에게 공포를 유발해 잇속을 챙기는 ‘미치광이 이론’의 협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에도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워 한국의 방위비 100% 부담을 주장했다.
아무리 미국의 국익이 중요하더라도 대통령이 참모진과의 의견조율도 없이 폭탄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동맹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어제 통화도 미국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수습하려고 나선 듯싶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한반도와 베트남에서 함께 피를 뿌린 혈맹국이다. 그런 우방국에게 자기 이익을 앞세워 불쑥 계산서를 내미는 태도는 양국의 신뢰를 허무는 짓이다. 한국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위해 중국의 무자비한 경제보복을 무릅쓰고 사드 반입을 결정했다. 어제도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에서는 주한미군 유조차 진입을 저지하려는 주민과 경찰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런 판국에 우방국의 다급한 사정은 생각지 않고 반대시위에 기름을 끼얹는 행동을 해서야 되겠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사드 비용 한국 부담을 거듭 주장했다. 도무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언행이다.
한·미 혈맹은 단순한 손익계산서를 초월하는 관계다. 사업가처럼 매사에 주판알을 튕긴다면 양국 간 린치핀(핵심 동맹)의 관계는 금이 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방어는 부동산 거래가 아니다”는 존 커비 전 미 국무부 대변인의 충고를 새겨듣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