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궁궐 찾는 외국인 수백만명인데 해설사는 달랑 50명

우리문화·역사 제대로 알릴 준비 태부족/작년 해외서 383만4039명 찾아/ 충분한 설명 못들어 외국인 불만/ 외국어 해설도 많아야 하루3번/ 문화재청 “자원봉사자가 도와”/“경복궁은 자금성 화장실 크기”/ 몰상식 中 가이드 역사왜곡 판쳐
지난달 26일, 경복궁을 찾은 캐나다 관광객 제임스 맥밀런(28)은 궁궐 해설사를 만나지 못한 게 영 아쉬운 표정이었다. 며칠 전 창덕궁을 관람할 때 해설사의 설명을 들은 게 기억에 많이 남아서다. 그는 “(창덕궁에서는) 해설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한국의 역사와 재밌는 일화를 들을 수 있어서 유익했는데, 경복궁에서는 설명을 듣지 못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같은 날 중국인 단체관광객에게 경복궁 안내를 한 가이드는 얼토당토않은 설명을 늘어 놓았다. “경복궁은 중국 자금성의 화장실 크기다”, “경복궁은 자금성을 모방해 지었다”, “안중근 의사와 윤동주 시인은 조선족이다” 등 엉뚱한 내용을 지껄였다. 경복궁은 자금성의 3분의 2 정도의 크기고, 자금성보다 25년 먼저 건립됐다.

우리나라 4대 궁궐(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과 종묘를 찾는 국내외 관람객이 지난해 1000만명을 넘었지만 해설사 부족 등 허술한 인프라 탓에 빚어지고 있는 어이없는 장면들이다. 특히 외국인 관람객만 해도 400만명에 달하는데, 궁궐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립 배경과 당시 사회 상황 등 궁궐 자체에 대한 정보를 비롯해 우리나라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해설사가 고작 50여명인 게 대표적이다. 

1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4대 궁궐과 종묘를 찾는 외국인은 2013년 217만3144명, 2014년 266만3533명, 2015년 239만2154명, 지난해 383만4039명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3월까지 58만9825명이 다녀갔다.

그러나 전담 해설사는 가장 인기가 좋은 경복궁이 12명뿐인 것을 비롯해 덕수궁과 종묘 각 10명, 창경궁 7명, 창덕궁 16명으로 다 합쳐 55명에 불과하다.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경희궁에는 아예 해설사가 없다. 또 해설사들 모두가 외국어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어서 경복궁의 경우 하루 3번, 창덕궁과 덕수궁은 한두 차례만 외국인을 위한 해설이 가능하다.

외국인 관람객의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경복궁을 찾은 일본인 모리카와 사요(30·여)는 “해설사에게 설명을 듣고 싶어도 정해진 시간 내에 방문하지 못하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일부 가이드의 저질 안내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특히 중국인을 상대하는 가이드들의 엉터리 안내는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가 2015년 경복궁을 중심으로 현장 점검을 한 결과 가이드의 84%가 중국 국적자로 제멋대로 설명하는 일이 빈번했다. 예컨대 “중국 사신이 지나갈 때 조선 신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조선은 중국의 부속국가로 미녀를 조공했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에서 미녀는 없고 모두 성형했다”, “대장금의 스승은 허준이다” 등 역사 왜곡과 날조는 물론 허위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떠들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가이드는 대부분 중국에서 교육받고 자라 중화사상이 뿌리박혀 있는 경우가 많고, 전문가라기 보다는 국내 체류 중인 무직자도 있어 역사 지식도 부족하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화재청 관계자는 “각 궁궐에서 고용한 해설사는 적지만 900명에 가까운 자원봉사자가 해설을 돕고 있다”면서도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 실효성 있는 대책 방안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딱히) 해줄 말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김범수·배민영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