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절반 후보 불신임… 바른정당 사실상 분당 ‘초읽기’

洪·바른정당 14명 긴급회동 당초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던 보수 후보 단일화가 대선레이스 종반에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완강하게 단일화에 반대하고 있으나, 바른정당내 비유(비유승민)계 의원들이 5·9대선을 8일 앞둔 1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의 회동을 통해 단일화 추진을 공식화해버렸다. 이번 대선의 마지막 변수가 굴러가기 시작했고 유 후보는 사면초가 의 위기에 봉착했다. 바른정당은 쪼개질 수도 있다.

1일 밤 정치권은 바른정당 내 비유계 의원들과 자유한국당 홍 후보간 회동으로 발칵 뒤집혔다. 이날 바른정당 내에서는 비유계를 중심으로 유 후보를 향해 설득과 압박이라는 두 갈래 작전이 펼쳐졌다. 우선 이날 밤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는 14명의 의원들이 홍 후보와 만나 보수후보 단일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실상 홍 후보를 지지하는 자리였다. 전체 소속 의원(33명)의 절반에 육박한 의원들이 유 후보에게 불신임 선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회동 마친 홍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운데)가 1일 밤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른정당 비유승민계 의원 14명과 긴급 회동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의원들이 내세운 명분은 ‘좌파 패권세력 저지’였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독주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회동에 참석한 김성태 의원은 “이대로 가면 좌파 패권세력이 집권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보수를 바로세우고 위기의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에서 홍 후보의 보수대통합 의지와 소신을 듣고 싶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회동 중간 다른 일정을 자리를 떠났다. 회동에서는 의원들이 탈당을 감행해 홍 후보를 도와주는 방안과 당내에서 홍 후보 지지선언을 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가 벌어졌는데 결론을 내지 못하고 2일 오전 다시 만나기로 했다.

의원들이 홍 후보와 만나기 전에는 당 지도부인 주호영·김무성·정병국 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내 모처에서 유 후보와 만나 홍 후보와의 양자 단일화를 설득했다. 단순 지지도에서는 홍 후보가 유 후보에 앞서지만 단일화 적합도에서는 유 후보가 밀리지 않는 만큼 불리하지 않다는 논리로 유 후보를 설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 후보와 만난 의원들 중에는 당 대주주인 김 선대위원장과 친한 의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모임에 참석한 김학용 의원은 김 선대위원장의 새누리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김 위원장의 심복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이런 움직임의 배후에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유승민 고사작전’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유 후보와 남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에서 배후가 뻔히 드러나는 전술을 펼치는 위험부담을 감수했겠느냐는 반론도 있다. 이날 홍 후보와 만난 의원들이 행동방침을 결정하지 못한 것을 놓고도 비유계가 전략적으로 움직이지 못했다는 분석을 낳는다.

유 후보는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당 지도부와의 만남 전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우리가 가겠다고 나선 개혁보수의 길은 애초부터 외롭고 힘든 길이었다”며 “그럼에도 그 길을 선택한 것은 쉬워서도 아니고 유리해서도 아니고 진정으로 보수가 살고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지키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는 SNS에 자필 메모도 공개했다. 비유계의 압박이 일사분란하지는 못했지만, 유 후보로서는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 소속 의원의 절반 정도가 사실상 유 후보와 같이 갈 수 없다는 선언을 한 상태다. 유 후보가 끝내 버티다면 바른정당이 분당될 수도 있다.

이도형·이재호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