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화헌법 바꾸려는 아베, 우리의 대응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향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아베 총리는 헌법 기념일인 어제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자위대 합법화가 내 시대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에는 “헌법 개정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올해에 반드시 역사적 한걸음을 내디딜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 헌법 시행 70주년을 맞아 개헌 의지를 더욱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는 “2020년을 새 헌법이 시행되는 해로 하고 싶다”고 구체적인 개헌 일정까지 제시했다.

아베 총리의 개헌 방향은 ‘평화헌법’ 핵심인 헌법 9조를 그대로 두면서 자위대 관련 규정을 두는 것이다. 9조는 ‘전쟁을 포기하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이 조항을 근거로 자위대 보유와 해외 파병을 둘러싼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아베가 헌법 개정을 통해 자위대 근거 규정을 마련하면 주한미군이 공격받을 경우 자위대를 한반도에 파병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군사 대국화의 발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아베 정부는 불안한 동북아 정세를 자위대 확장 수단으로 교묘히 활용하고 있다. 핵·미사일 고도화에만 골몰하는 북한은 올 들어서만 30발이 넘는 미사일을 동해 쪽으로 발사했다. 여기에 중국은 자체 기술의 항공모함과 핵 추진 잠수함 보유에 나서는 등 명실상부한 G2 강대국으로서 미국과 군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베 정부는 이를 틈타 한반도에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듯 불안감을 키우면서 개헌 여론을 조성해 가고 있다.

문제는 아베 총리의 위험한 질주가 미국과 교감 속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맹국에 방위비 청구서를 내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철저히 국익 우선이다. 일본의 방위비 증액은 대규모 재정적자와 과도한 국방비 부담에 허덕이는 미국에 유익한 일이다. 미국은 일본의 중무장을 통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하려 한다. 이런 강대국들의 군사력 경쟁에 한국은 자칫 바둑돌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안보위기를 극복할 국가적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얽히고설킨 한·미, 한·일, 한·중 관계 속에서 다양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대한민국호를 이끌겠다는 대선후보들의 안보관과 안보 전략이 더없이 중요하다. 사드 배치 공방이나 벌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담판 짓겠다는 식의 순진한 발상으로는 안보 격랑을 헤쳐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