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소리만 요란한 ‘세종시 행정수도론’

세종시 행정수도론이 19대 대선을 계기로 다시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충청권 유세현장을 찾은 대통령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세종시 기능 강화를 외치고 있다. 국회분원 설치부터 아예 ‘세종시=행정수도’를 헌법에 명문화하겠다는 약속까지 강도만 다를 뿐 예외가 없다.

누가 대권을 잡든 ‘행정도시’에 머물고 있는 세종시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정부 기능의 이원화로 국정 효율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종래의 비판도 조만간 설자리를 잃게 됐다.

하지만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그리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일반 공약처럼 재정만 뒷받침된다고 끝나지 않는다. 국정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 정치와 경제, 안보 상황을 두루 고려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과의 갈등이 불가피해 국민적 공감대 역시 선행돼야 한다. ‘관습헌법상 서울이 수도’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무마할 개헌 절차도 필요하다.


임정재 사회2부 기자
이런 지난한 과정을 감내하고라도 행정수도 이전 의지가 있다면 후보들은 실현가능한 프로세스를 제시해야 한다.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렇게 해서 당선됐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 후보 중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그런 후보는 볼 수 없다. 충청권에서는 모두 ‘행정수도’를 목청껏 외치지만 벗어나면 그만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10대 공약에 행정수도 이전을 약속한 사람은 안철수 후보가 유일하다.

6차례의 TV토론회 과정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후보도 없었다. 지난 세 차례 대선에서 세종시가 토론회 주제에서 사라진 것은 처음이다. 행정수도 공약이 충청권 표심을 노린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선이 시작되면서 세종에서는 구체적인 청와대와 국회 이전 후보지가 거론되고 있다. 세종시가 개헌 연구용역에 들어가고, 시민단체들은 대대적인 행정수도 이전 촉구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기대감에 부풀어 부동산 매물도 사라졌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헛물 켜지 말란 법이 없다. 또다시 ‘충청도 핫바지’란 한탄이 나올까 걱정이 앞서는 막바지 대선 길목이다.

임정재 사회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