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 봐, 하나 더 사올 테니.”
주문하러 갔다 온 할아버지 손에는 아이스크림 하나가 들려 있었다. 의자에 앉은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에게 “뭘 또 사오느냐”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싫지는 않은 듯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두 사람은 이미 각각 아이스크림 한 개씩 먹은 후였다. 쟁반 한구석에는 남은 감자튀김도 보였다.
문을 열고 나서는 두 사람. 할아버지는 문 바깥에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는 “거, 조심하라니까”라고 할머니에게 말했다. 밖으로 나온 이들은 오후 나들이를 즐기러 저 멀리 발걸음을 옮겼다.
최근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기자가 본 풍경이다.
장밋빛 인생 2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모두가 같은 건 아니었다.
한 할아버지는 편의점에서 사 온 샌드위치를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해당 패스트푸드점이 파는 음료는 보이지도 않았다.
며칠 후 같은 패스트푸드점에 다시 갔더니 이번에는 틀니를 끼고서도 아이스크림 먹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오전 10시도 되지 않은 시간에 할아버지는 턱을 덜덜 떨면서 아이스크림을 조금씩 먹고 있었다. 그러나 너무 차가웠던 탓인지 할아버지는 결국 아이스크림을 반도 먹지 못하고 버린 뒤 매장을 나가버렸다.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들어온 할아버지는 중절모를 의자에 놓아두고는 커피 두 잔을 홀짝였다. 누군가 만나러 온 것 같다는 기자의 예상을 완전히 엎었다. 커피 한 잔을 비운 할아버지는 옆에 놓인 또 다른 잔으로 바꿔 들더니 뜨거운 듯 오랫동안 마시고서는 길을 나섰다.
젊은 층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지날 일도 ‘노인’이라는 두 글자에 주목하자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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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정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노인들. |
<세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