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 겁박하는 후보들, 국민 입에 재갈 물리겠다는 건가

5·9 대선이 임박하면서 언론을 대하는 각 정당과 대선후보들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저마다 불리한 기사가 나오면 단순한 항의 차원을 넘어 해당 신문, 방송사에 온갖 외압을 가한다. 언론을 겁박해 통제하려는 듯한 이런 언동은 심히 우려스럽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그제 지방 유세에서 “(언론들이) 홍준표는 기사 취급도 안 해준다”며 “대한민국 신문들은 문재인 찌라시”라고 비난했다. 한술 더 떠 “하루 종일 편파 방송한다 해서 종편”이라며 “집권하면 종편 2개는 없애겠다”고 했다.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을 보도한 SBS ‘8시 뉴스’도 집권하면 없애겠다고 말했다. SBS 8시 뉴스는 지난 2일 해양수산부가 부처의 자리와 기구를 늘리기 위해 세월호 인양을 고의로 지연하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거래를 시도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의 거센 반발로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그제 5분 넘는 사과 방송까지 했다. 홍 후보는 어제 충북 유세에서 “SBS사장, 보도본부장의 목을 다 잘라야 한다”고까지 했다.

민주당과 문 후보 측의 언론관도 걱정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문 후보 측은 SBS 보도가 나오자마자 진위도 가리기 전에 ‘가짜뉴스’, ‘찌라시’라고 단정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송영길 총괄선대본부장과 박주민, 손혜원 의원은 SBS를 항의 방문해 보도에 나온 해수부 공무원이 누구인지 밝힐 것을 요구했다. 언론이 의혹을 보도하면 반론권을 요구하거나 기자회견을 열어 잘못된 점을 지적하며 진위를 가리는 게 순서다.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 측과 당이 정정을 전제로 총력 대응한 건 SBS 측으로선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방송사를 겁박해 사과를 받아낸 건 언론 탄압”, “언론에 재갈 물리고 백기 투항을 받는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는 다른 당들의 비판이 나올 만하다.

언론의 역할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언론 보도는 권력 전횡을 막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그런 만큼 정치권력과 척이 질 수밖에 없는 것이 언론의 숙명이다. 언론 보도가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종주먹을 휘두르는 건 헌법정신에도 어긋나는 반민주적 행태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치권력의 시도는 옳지 않고 성공한 적도 없다. 대선후보들은 국민주권과 헌법을 들먹이기 전에 삐뚤어진 언론관부터 바로잡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