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교육공약 성적표는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 이외엔 성적표 ‘초라’ “개인의 꿈을 이루고 희망의 새 시대를 여는 일은 교육에서 시작된다.”

박근혜(얼굴) 전 대통령이 취임식 연설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하면 한 말이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4년의 교육정책을 돌아보면 이 말은 공염불에만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선 당시 내걸었던 대부분의 교육공약이 이행되지 못한 채 현장의 혼란만 불러왔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발표한 교육공약은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도입과 사교육비 절감, 초등학교 ‘온종일 학교’ 운영, 선행학습 금지,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행, 고교 무상교육 시행, 대입제도 간소화, 대학생 반값등록금 시행 등으로 요약된다.

2013년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제외하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행됐다고 보기 어렵다. 대표 공약인 누리과정은 재원 문제를 둘러싸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들이 수년째 갈등을 반복하며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올해부터 전면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던 고교 무상교육은 재원 문제로 실현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고교 학비 지원 금액이 해가 지날수록 준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 방과 후 프로그램도 무상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방과 후 학교 수입만 전국적으로 약 30% 늘었다.

반값등록금은 대학의 재정 악화와 교육 서비스의 질 하락을 낳았다는 평을 받는다. 약 14조원인 한 해 등록금 중 절반인 7조원을 나라(4조원)와 대학(3조원)이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대학의 재원 마련책도 없이 밀어붙였다. 장학금을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지원한다는 명목 아래 반값등록금 혜택도 대학생 절반 정도에게만 돌아갔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대입제도 간소화 공약은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학부모와 교사 90% 이상이 여전히 대입전형이 복잡하다고 응답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규 교사 채용을 확대해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상위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공약도 이행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해 교육 현장을 이념전쟁에 빠뜨렸다. 기나긴 공방 끝에 교육부가 내년부터 국·검정교과서 혼용과 올해 연구학교 지정·운영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연구학교 지정이 1곳에 그치는 등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 대선에서도 사교육비 절감과 고교 무상교육 시행, 대입제도 간소화 등은 대부분 대선 후보들이 주요 교육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누가 당선되든 박근혜정부의 교육정책 실패를 귀감 삼아 보다 현실적이고, 세밀한 교육정책을 펴야 한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