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투표인증샷 유행…SNS 타고 500만원 당첨 행운까지

기표도장을 손등에 찍어 선거에 참여했음을 보여주는 인증 사진.

‘찰칵’ ‘찰칵’

지난 5일 사전투표가 한창이던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동사무소 건물 앞. 여대생 셋이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이들은 "투표소 글자가 잘 안 나왔다" "얼굴이 제대로 안 나왔다"는 등  사진을 확인하며 성공적인 인증샷이 나올 때까지 투표소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왜 인증샷을 찍느냐"고 묻자 손지영(21)씨는 “이번 선거에서 친구들 대부분 인증샷을 올린다고 해서 나도 개인계정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며 “대선에 참여한 뒤 사진 한 장 정도 남기는 것이 요즘 문화”라고 답했다. 손씨는 “처음으로 대통령을 내 손으로 직접 뽑았다는 의미가 있어 기념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4일과 5일 제 19대 대통령 사전투표가 진행된 가운데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투표 인증샷을 찍어 개인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이 됐다. 주변 사람들에게 투표 독려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 기념 인증을 한다는 것이 이들의 이야기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용자들의 대통령 선거 인증사진 공개 게시물. 사진=인스타그램

대선 당일인 9일 개인 사정으로 투표를 하지 못해 4일에 사전투표를 했다는 박모(26·여)씨는 인스타그램에 투표 인증샷을 남겼다. ‘#2017대선 #꼭투표하세요 #투표 #투표인증샷’ 등의 관련 해시태그를 걸었다. 김씨는 “사전투표 사진과 글을 남기니 다른 사진을 올렸을 때보다 내 계정을 팔로우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좋아요’를 눌렀다”며 “친구들 모두 그만큼 대선 투표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주환(22)씨 역시 투표 인증샷을 찍은 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다. 윤씨는 “학교 개교기념일과 투표 당일 휴일이 연속되자 친구들이  투표 대신 놀러간다는 등의 계획을 세워 투표를 하고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인증샷을 올렸다”고 말했다. 윤씨는 “사진을 본 친구 중 두 어명은 ‘뜨끔’해서 투표 하고 놀러가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실제로 6일 사진 기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스타그램에서 ‘#투표’라는 검색어로 사진을 찾아보면 22만3000건에 가까운 결과가 나오고 ‘#투표합시다’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9만300여건의 사진이 나온다.

트위터에서도 인증 열기는 뜨겁다. ‘#투표’를 검색해 보면 사전투표소와 함께 셀카(셀프사진)를 게재한 게시물들 혹은 기표용구의 모양을 손가락이나 손등에 찍은 뒤 ‘나도 투표했다’ 혹은 ‘오늘 못하신 분들 9일날은 투표합시다’ 등의 글이 적힌 게시물들이 올라와 있다.

활발해진 투표 인증샷 문화 덕에 인증사진의 모습은 여행사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각양각색이다. 친구들과 모여서 사진을 찍은 이들도 있고 투표소 앞에서 재미있는 표정을 짓고 찍은 이들도 있다. 특히 선거법 개정으로 특정 기호를 연상시키는 인증샷이 허용됨에 따라 ‘엄지척’ ‘브이’ ‘OK사인’ ‘손바닥을 펼친 모습’ 등 자신이 지지하는 기호를 떠오르게 하는 사진들도 지속적으로 게재됐다. 

트위터코리아가 진행하는 대선 해시태그 캠페인(좌)과 국민투표로또 홈페이지 화면. 사진=트위터코리아, 국민투표로또 홈페이지 캡처

투표를 하고 SNS에 인증 사진을 업로드 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며 이를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도 열리고 있다.

트위터코리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제19대 대통령 선거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해시태그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사전투표가 진행된 지난 4일부터 오는 9일까지 투표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진이나 영상 등을 게재한 뒤 ‘#2017투표했어요’ 또는 ‘#2017투표하세요’라고 적으면 된다. 이용자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무작위 추첨을 통해 참여자 중 100명에게 소정의 기념품도 제공할 예정이다.

네이버 역시 대선 투표인증을 하는 이들의 사진을 소개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투표 인증샷을 찍은 뒤 개인 블로그에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면 된다.

투표 인증샷을 올리면 추첨으로 최대 500만원의 성금을 주는 ‘국민투표로또’ 참여 열기도 뜨겁다. 6일 오후 2시 기준 총 21만6554명이 응모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투표로또는 투표를 비롯한 선거 활동과 관련된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을 통해 해당 사이트에 올리면 참여가능하다.

김지현 기자 becreative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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