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5-07 11:51:49
기사수정 2017-05-07 11:51:48
“투표는 예술이다”
부산 수영구 미광화랑 대표 김기봉(62)씨는 선거를 예술에 빗댔다. 그는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느낌을 받는다”면서 “투표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화랑은 이번 19대 대선에서 부산 민락동 제2투표소로 지정됐다. 이곳은 시민들의 접근성이 뛰어나고 공간이 넓어 벌써 5번째 투표소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부터는 담당 공무원과 협의해 주민들이 투표를 하며 미술품 감상을 할 수 있도록 투표소를 꾸몄다.
그는 “투표도 미술을 감상하는 것처럼 각기 다른 후보들을 해석하고 바라보는 것”이라며 “주민들이 미술작품을 바라보며 각자의 생각을 투표를 통해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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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대 총선 때 미광화랑에 설치된 부산 민락동 제2투표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
김씨는 민락동 주민들이 투표소에 오면 서양화가 정복수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거라 귀띔했다. 그는 “투표소에 들어서자마자 사람이 짐승처럼 걸어가는 모습이 담긴 ‘몸의 초상’이란 그림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주민센터에 부탁했다”면서 “이 그림은 투표하는 사람들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의 ‘몸의 초상’은 100호가 넘는 크기로 야수적인 인간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김씨는 “이번 선거에서 각 대통령 후보들이 마음에 안 든다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면서 “정복수 작가가 인간을 주제로 다루는 분이니 사람들은 작품들을 보며 인간의 욕망, 인간의 삶 등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처음 화랑을 투표소로 사용할 때만 해도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시민들이 투표를 하며 미술품을 손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총선 때 화랑에서 투표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유심히 지켜보고 생각을 바꿨다. 그는 “주민들이 너무나 평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면서 “비록 직접 감사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투표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데 내심 보람을 느껴 이번에도 투표소 사용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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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미광화랑 김기봉 대표가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광화랑 제공 |
그는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언론에서도 화랑에 투표소가 설치된 것에 관심을 갖고 있고 주민들도 투표와 미술품 감상의 일석이조를 누릴 수 있으니 투표에 많이 참여하지 않겠냐”면서 “나라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만큼 많은 국민이 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화랑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어떤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줄까 고민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화랑을 찾아오는 사람이 점점 적어지고 있는데 투표소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뿌듯해 했다.
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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