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업체 “마크롱 승리는 ‘기정사실’, 르펜 승리는 ‘대이변’”

佛 대선 결선투표 실시/ 정치 양분 공화·사회당 첫 배제 / 자유주의 대 고립주의 대결 구도 / 6월 총선서도 지각변동 예고 / 트럼프 “누가 되든 긴밀히 협력” ‘역사적인 선거’로 주목받고 있는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투표가 7일(현지시간)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및 해외 자치령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2차 대전 종전 이후 70년여간 프랑스 정치지형을 결정해온 좌우 구분의 의미가 퇴색하고 개방과 폐쇄, 관용과 무관용, 자유주의와 고립주의의 대결 구도가 펼쳐졌다.

지난달 23일 실시된 1차 투표에서 1, 2위를 기록한 중도신당 ‘앙 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과 극우 국민전선(FN) 마린 르펜이 맞붙었다. 결선투표는 1차 투표처럼 유권자 4760만명을 대상으로 6만7000여 투표소에서 진행됐다.

누가 웃을까?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가 실시된 7일(현지시간) ‘앙 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가 각각 르투케, 에냉보몽의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르투케·에냉보몽=AFP연합뉴스
친유럽 자유주의자인 마크롱과 ‘프랑스 제일주의’ ‘반유럽·반유로주의자’인 르펜은 정치·경제·사회 정책에서 반대 성향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특히 이번 대선은 프랑스 현대 정치를 양분해온 공화당과 사회당이 모두 결선 진출자를 내지 못한 최초의 선거이다. 이에 따라 내달 11일과 18일 실시되는 프랑스 총선에서도 판도 변화가 예상되면서 사회당과 공화당이 양분하는 하원에서 앙 마르슈와 국민전선이 많은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대선은 세계적으로는 작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고립주의·보호무역주의·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열풍 속에, 국내적으로는 잇따라 발생한 테러와 경기 침체 및 10%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이라는 엄혹한 조건 속에 치러졌다. 여론조사기관들은 마크롱의 승리를 점쳤다. 대선 전 마지막 발표된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은 지지율 63%, 르펜은 37%를 기록했다. BFM TV와 주간지 렉스프레스의 공동여론조사에서도 마크롱이 62%로 38%의 르펜을 눌렀다. 유럽 베팅 업체들도 마크롱이 승리할 것으로 일제히 전망하며 르펜의 승리는 ‘대이변’, 마크롱의 승리는 ‘기정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브렉시트 가결이나 트럼프의 승리와 비슷한 이변이 프랑스에도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 베팅 참여자들도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1977년 12월21일생인 마크롱이 당선되면 역대 프랑스 대통령 중 최연소이자 현재 주요국 정상 중에서도 가장 젊은 지도자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마크롱은 프랑스 최고 명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한 후 투자회사 로스차일드에서 일하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 의해 경제보좌관으로 발탁된 후 경제장관에 기용됐던 인물이다. 대선 막판 변수로 마크롱의 재산 관련 자료 해킹 유출 사건이 터져 마크롱 선거캠프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6일 트럼프를 지원했던 미국 극우파들이 이 파문의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NYT는 ‘미국 극우파들의 마크롱에 대한 해킹 공격 지원’ 기사에서 르펜을 돕기 위해 지난 몇 개월 동안 애썼던 미국 극우주의자들이 마크롱을 떨어뜨리기 위해 해킹 공격 지원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한때 르펜을 지지하는 것으로 평가받던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그와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이 5일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상혁 선임기자,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nex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