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집 타들어가는데… 재난경보 먹통

강릉 주민 2500여명 긴급 대피령 / 안전처 재난문자 또 발송 안해 / 삼척·상주서도 큰 불… 3명 사상 황금연휴 막바지인 6∼7일 강원 강릉과 삼척, 경북 상주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해 3명이 숨지거나 다치고 주택 30여채가 타는 등 인명·재산피해가 잇따랐다. 거대한 ‘화마(火魔)’가 민가까지 덮쳤지만 국가재난알림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긴급구조체계가 겉돌고 있는 것이다.

잿더미가 된 민가와 산야 7일 오후 강원 강릉시 성산면 일대에 전날 발생한 산불로 임야와 인근 마을 곳곳이 폐허로 변해 있다.
강릉=연합뉴스
7일 산림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42분 강원 삼척시 도계읍 야산에서, 오후 3시32분 강원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야산에서 각각 화재가 발생했다. 같은 날 오후 2시13분에는 경북 상주시 사벌면 야산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불은 건조한 날씨에 초속 20m에 이르는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져나갔다. 6∼7일 소실된 산림은 160여㏊로 올해 전국 산불 피해면적(171㏊)의 90%가 넘었다.

강릉 산불로 주민 2500여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주변 지역 주민들은 국민안전처로부터 재난문자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도는 “피해면적이 100㏊ 이상인 ‘대형산불’이 아니라 안전처에 문자 전송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당시 도심 주민들은 산불 소식을 자세히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안전처 등이 초기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강릉 성산면 오봉리에서 소방헬기가 소화수를 쏟아부으며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강릉=이재문 기자
강릉 산불은 일단락됐다가 7일 저녁 강풍이 불자 잔불이 되살아났다. 삼척 산불도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주 산불은 진화됐다. 앞서 산림청은 6일 오후 9시 산불경보를 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최고수준인 ‘심각’단계로 올렸다.

지난 6일 강릉시 성산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일대 민가를 덮치고 있다.
강원일보 제공
강릉에서는 주택 33채가 불에 타 311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산림 50㏊가 소실됐으며, 삼척 산불은 100㏊의 산림을 태웠다. 또 상주 산불로 등산객 김모(60·여)씨가 숨지고 일행 2명이 다쳤다. 강릉·삼척 산불은 입산자 실화, 상주 산불은 주민 실화로 추정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등 대선후보들은 이날 강릉 일대 화재 현장을 찾아 조기 수습 지원을 약속하는 한편 재난체계 점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유나 기자, 강릉·상주=박연직·장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