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톡톡 플러스] 아듀 '장미대선'…남긴 것, 잃은 것, 얻은 것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7일 '고양 국제 꽃박람회'가 열리는 일산 호수공원 한울광장 부근에서 투표참여 홍보행사를 실시했다.
이번 '장미대선'에서 TV토론의 영향력은 커졌지만 정책대결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반적으로 야당과 야당 간 대결 구도가 뚜렷했고, 다당제로 여느 대선과 달리 후보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할만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력이 커졌고, 다양한 신조어도 생겨났다.

5개 주요 정당 후보들이 지난달 2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자유한국당 홍준표·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정의당 심상정 등 주요 5당 대선후보들(기호순)은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2일까지 6차례의 TV토론을 소화했다.

앞선 대선에서는 유권자들이 토론회를 보고 지지후보를 바꾸는 일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토론회를 거치며 일부 후보자 지지율이 요동쳤다.

문 후보와 오차범위 내 '양자 구도'를 형성했던 안 후보가 처음 몇 차례 토론회를 거치며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지는가 하면, 홍 후보는 지지율이 10%대로 진입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이번 조기대선의 경우 선거운동 기간이 짧아 후보의 자질과 정책능력을 검증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토론에서의 말투·태도·인상 등이 유권자에게 중요한 판단 잣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주부 김모(39)씨는 "평소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육아나 여성 관련 공약 등에 집중하며 이번 토론회를 시청했다"며 "아직 미흡하지만 전보단 그래도 많이 발전할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호평했다.

◆토론회 말투·태도·인상 등 유권자에게 중요한 판단 잣대로 작용

국가 비전과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대형 이슈가 실종된 것도 이번 대선의 특징으로 꼽힌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 공약, 2007년에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뿌리가 된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대선판을 흔들었다. 2012년에도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각 후보가 열띤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중요 화두로 꼽혔던 개헌이 예상보다 주목을 받지 못한데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촉발된 경제민주화 이슈도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번 대선은 후보자간 구도 역시 예전과는 다르게 형성됐다. 현직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여야대결이 아닌 사실상 '야야 대결'이었다.

막판에 홍 후보 측이 보수층 집결을 시도하며 '진보 대 보수' 대결 흐름이 재연되는 양상도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야야 대결 구도가 펼쳐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후보 단일화 없었던 대선…사실상 '야야 대결' 구도였다

막바지 대선 판세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곤 했던 '후보 단일화'도 종적을 감췄다. 지난 대선 때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졌고, 2002년에는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했던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했다. 1997년의 경우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의 'DJP연합'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홍 후보와 안 후보, 유 후보 사이에 거론된 3자 '비문(비문재인) 단일화'가 무산된데다, 지난 대선 때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던 심 후보 역시 두자릿수 지지율을 노리며 완주를 외치고 있다.

직장인 박모(48)씨는 "그래도 이번 대선 과정에서 표를 위한 단일화가 없었던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대선과 대선 사이의 정치가 진정한 '새 정치'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각 후보자를 겨냥한 허위사실과 비방이 포함된 가짜뉴스가 활개를 치면서 대선판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르기도 했다. 가짜뉴스를 유권자가 접하면 짧은 시간 내에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데다, 최근 급속히 발달한 SNS를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는 특징도 보이며 각 후보 캠프에 경계령이 떨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산하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 인력을 200명으로 증원해 자체적 모니터링 활동을 강화하는 등 예방·단속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장미대선이라 쓰고 'SNS 대선'이라 읽는다

이와 함께 이번 선거는 'SNS 대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SNS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각 후보 진영은 유례없이 온라인 캠페인 여론전(戰)에 사활을 걸었다. SNS상에서 유권자들이 활발히 피드백을 보내면서 쌍방향 선거운동도 그만큼 활성화됐다.

특히 대선공약을 카드뉴스 형태로 인터넷에 공유하는 등 카카오톡·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 활용도 어느 때보다 활발해졌다.

SNS 선거붐을 타고 '투대문'(투표해야 대통령은 문재인), '대미안'(대신할 수 없는 미래), '홍찍문'(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 '유찍유'(유승민을 찍으면 유승민이 된다', '심알찍'(심상정을 알면 심상정을 찍는다) 등 세글자를 활용한 신조어 경쟁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봇물을 이뤘다. 또한 각종 패러디 경쟁도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대학생 최모(24)씨는 "SNS를 통해 접한 정치는 내게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대선이 끝난 뒤에도 SNS 등을 통해 정치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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