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준비하던 간절함으로 나라 이끌길” 20대,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청합니다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정모(26)씨는 “앞으로 5년이 ‘공정함’을 위해 한 걸음씩 나가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며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공정한 사회가 무엇을 뜻하는지 묻자 정씨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노력이 배신당하지 않고, 간절함이 외면당하지 않는 사회”라며 “지금은 힘없고, 돈 없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고통받는 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대선에 이어 다시금 믿고 (문 대통령의) 재수를 도왔다”며 “간절한 바람이 이룬 만큼 약속한 공약들 잘 실천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선에서 20대는 문 대통령에게 결정적인 승기를 마련해주었다. 출구조사 결과 20대에서 문 대통령은 47.6%의 지지를 받았다. 2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8.2%에 그친 점으로 미뤄보면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준 셈이다.

이런 20대가 마음에 품고 있던 바람을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 "기회가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 "여유가 있는 삶을 보장해달라" 등 저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치를 쏟아냈다. 

취업준비생 최미성(26)씨는 “나에게도 꿈꿀 수 있는 미래가 있었으면…”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최씨는 지방 국립대를 나온 뒤 서울에 올라와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는 출신 대학과 토익 점수, 어학연수 경험 등 그 어느 것 하나라도 그저 그래서는 인정받지 못한다”며 “나와 같이 지방대 출신에다 900점 초반대 토익 점수로는 웬만한 기업에 입사하기는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최씨는 취업 스터디도 몇 개씩 하고 있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원에 다니지만 불안감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종종 자취방에 홀로 앉아 있으면 '나에게도 미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떠오를 때가 많다”며 “문 대통령이 미래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윤모(27)씨 역시 매일같이 들려오는 취업난 소식에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윤씨는 “재수에 휴학을 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오느라 졸업이 늦어졌다”며 “앞서 졸업한 동기들을 보면 취업이 안 돼 고생을 하고 있는데, 나도 비슷한 처지로 전락할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꼭 자신을 두고 지어낸 말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윤씨는 “‘어문계열을 나와선 먹고 살 게 없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며 “차기 정부에선 좀 더 다양한 인재들이 각자 맞는 일자리를 찾아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덧붙여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공무원 수 증가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올해 서울시립대에 입학한 김지민(20)씨는 “'제2의 정유라'가 나오지 않는 나라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국정농단 세력 최순실씨의 딸 정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비리 의혹 등이 불거졌을 때 재수학원 친구들과 허탈감에 빠졌다고 전했다. 

김씨는 “우리는 한등급이나 1, 2점에 목숨이 매달린 것 마냥 하루를 살고 있는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이대에 떡 하니 합격했다는 사실에 분노가 절로 치밀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열심히 공부하면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고, 노력이 배신당하지 않는 정상적인 사회가 새 정부에서 구현돼야 한다는 게 그의 바람이라고 한다.
 
대학생 이모(24)씨도 '수저 계급론'을 언급하며 부모의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 등으로 자식이 영향받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상반기 공채 전형을 준비하다 보니 서류에 부모의 직업과 자산 등을 적어내라는 기업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며 “무심코 적었다가 이걸로 혹시나 서류에서 합격과 불합격을 가리는 것은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개인의 역량만 본다고 하는데, 말뿐이지 않을까 의심도 든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정부 들어서는 채용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을 확실히 삭제하도록 해 ‘블라인드 채용’과 ‘공정한 채용’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식품계열 회사에서 근무하는 홍모(28)씨는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사회를 염원했다.

홍씨는 “잦으면 이틀에 한번, 적어도 사흘에 한번씩 오후 11시까지 야근을 하고 있다”며 “남들도 ‘죽지 못해 다닌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과도한 경쟁과 저녁 없는 삶 등이 반복되다 보니 모두가 탈진한 상태”라고 푸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의 홍보 영상이었던 ‘행복의 나라’를 인상적으로 봤는데, 사람냄새 나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 데 힘써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워킹맘 이선미(29)씨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는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며 “공약들을 꼭 실천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출산을 한 이씨는 아들을 친정 어머니에게 맡기고 직장에 복귀한 상태다. 육아휴직을 길게 쓰고 싶었으나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계획보다 이른 시기에 일을 재개했다고 한다. 

그는 “육아 도우미를 쓰자니 우리 형편에는 가격이 만만치 않았고, 시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허리 디스크가 친정 어머니가 보채는 아이를 낑낑대며 안아주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어 “회사 근처에 아이를 돌봐주는 시설이 있었다면, 워킹맘을 위한 유연근무제 같은 것들이 활성화됐다면 이런 비극이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현 기자 becreative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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