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4년반 만에 다시 ‘중대 기로’

첫 대선 도전 실패해 ‘야인’으로 / 2018년 지방선거 당 지휘 역할 관측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9일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2012년 12월 대선 출마를 포기한 그는 4년 반 만에 다시 정치적 거취를 선택해야 하는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안 후보는 개표가 10% 이상 완료된 이날 오후 10시30분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국민의당 개표상황실을 찾아 “변화의 열망에 부응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며 “대한민국이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기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승복 메시지다. 그는 “지지해주신 국민, 당원, 당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미래와 변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쉬고 잠긴 목소리였다. 안 후보는 10여분 동안 침통한 당직자들과 지지자들을 위로한 뒤 상황실을 빠져나갔다.

“모든 분께 감사”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국민의당 선대위 개표상황실을 방문해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배수진을 치겠다”며 국회의원직을 던진 만큼 안 후보는 당장 ‘야인’으로 돌아간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분간 ‘은거’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령 보수 진영과 연대를 했더라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선자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당 안팎의 연대 요구를 거부하고 ‘자강론’을 밀어붙인 만큼 패배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안 후보 스스로도 선거 패배의 책임을 외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시절에도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대표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하지만 안 후보 주변에선 “정계은퇴는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안 후보는 앞으로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내일 밝히겠다”고 했지만, ‘미래, 변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한 것이 정계은퇴는 아니라는 점을 못박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혈혈단신이었던 2012년과 달리 안 후보에게는 책임져야 할 정치세력이 형성돼 있다. ‘기득권 양당 정치’ 회귀를 막기 위해 국민의당을 존속시키는 것이 안 후보에게 남겨진 정치적 숙제로 꼽힌다. 안 후보가 “국민의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제1당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어 선거가 다가오면 어떤 형태로든 다시 당의 전면에 나서 선거를 지휘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인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갖지 못한 만큼 의석 수 3위인 국민의당이 향후 국회 운영이나 정계개편에서 역할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 후보는 개헌 정국에서는 정치적 숙원사업인 결선투표제 도입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숙명의 라이벌’인 문 후보의 향후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꾸준히 견제의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 확실시된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