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표심이 승부 갈랐다

20년 만에 투표율 최고치 경신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해 보궐선거로 치러진 19대 대선에는 정치에 대한 뜨거운 국민적 관심이 투표율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특히 사전투표에는 20대가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달라진 선거풍토를 실감케 했다. 지역별로는 진보 진영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호남이 투표율 상승을 견인한 반면, 영남권은 평균 투표율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9일 최종 투표율 집계에 따르면, 지역별 투표율은 광주가 82.0%로 가장 높았고 세종(80.7%), 울산(79.2%), 전북(79.0%), 전남(78.9%) 등이 뒤를 이었다. 부동층이 밀집한 서울은 78.6%로 전국 평균(77.2%)을 약간 웃돌았다. 지난 대선에서 보수 결집을 주도한 TK(대구·경북) 지역은 오히려 투표율이 소폭 하락했다. 대구는 77.4%로 지난 18대 대선에 비해 2.3%포인트, 경북은 76.1%로 2.1%포인트 떨어졌다. 부산(76.7%), 경남(77.8%)은 지난 대선과 거의 흡사한 투표율을 보였다. 제주는 72.3%로 전국에서 가장 투표율이 낮았고, 충남(72.4%), 강원(74.3%) 등이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런 결과는 일찌감치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던 진보 지지층 유권자가 문재인 대통령 당선자를 중심으로 견고한 세 결집에 나선 반면, 보수 지지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을 겪으며 상대적으로 투표참여 의지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대별 투표 성향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젊은 층의 높은 참여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 대한 실망으로 발길을 돌린 고령층의 투표율 저하가 상쇄 작용을 일으켰다는 관측이다.

선관위의 세대별 투표율 집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상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사전투표에서 젊은 층의 달라진 투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19세를 포함한 20대는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많은 총 264만9303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217만7365명이 참여한 50대가 뒤를 이었다. 반면 60대는 134만6228명, 70대 이상은 103만4994명에 그쳤다.

선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학업, 취업 등의 이유로 주소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활하는 젊은 층이 사전투표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역대 대선 투표율은 13대 89.2%, 14대 81.9%, 15대 80.7%, 16대 70.8%, 17대 63.0%로 하락세를 그리다가 18대 75.8%, 19대 77.2%로 다시 상승곡선을 탔다. 당초 예상한 80%선 돌파에는 실패했지만, 징검다리 연휴에도 불구하고 2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탄핵국면부터 이어져온 국민의 정치참여 의식이 이번 대선에서 빛을 발했고, 막판까지 5자 대결구도가 이어지면서 유권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 점이 투표율을 끌어올린 원동력이 됐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