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5-10 01:23:04
기사수정 2017-05-10 01:23:03
시민들에 승리 인사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당선자 승리 소식이 전해진 9일 저녁부터 서울 광화문 세종로 소공원은 지지자들의 축하 열기로 달아올랐다. 민주당 컬러인 파란색의 옷이나 머리띠·스카프로 문 당선자 지지자임을 드러낸 시민들은 밤이 깊어질수록 계속 늘어났다.
절정은 대선 승리를 사실상 확정 지은 오후 11시40분쯤 문 당선자가 인파를 뚫고 무대에 등장한 순간이었다. 공원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시민들은 문 당선자가 차에서 내려 모습을 보일 때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외쳤다. 문 당선자는 환한 미소와 함께 두 손을 번쩍 들어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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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자(왼쪽)가 9일 밤 서울 광화문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당선 인사’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의 손을 잡고 있다. 이제원 기자 |
밝은 표정의 상기된 얼굴로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 리본을 상의에 두 개나 단 채 단상에 오른 문 당선자는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문재인입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로 대통령으로서 첫 인사를 했다. 문 당선자는 “위대한 대한민국, 정의로운 대한민국, 당당한 대한민국. 그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당선 소감을 끝맺었다.
문 당선자 연설로 한껏 달아오른 열기는 이후 당내 경선 과정에서 문 당선자와 경쟁했던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이 등장하며 더욱 고조됐다. 경선 전 출마를 포기했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도 무대에 함께 올라 새 대통령 탄생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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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9일 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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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당선자가 9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
뒤늦게 광화문에 합류한 안 지사는 문 당선자를 부둥켜안고 볼에 키스를 하며 친노(친노무현)계의 동지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저희를 불러 축하 말씀을 드릴 기회를 허락해 준 문재인 대통령님께 감사드린다”고 운을 뗀 안 지사는 “저희가 문 대통령과 민주당 경선에서 열심히 경쟁했지만 결과가 나온 뒤 한 당의 동지로서 단결했듯이 국민 여러분도 그렇게 뭉쳐보지 않겠느냐”고 국민적 단결과 통합을 호소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처럼 나를 지지해준 사람과 지지 안 한 사람으로 국민을 분열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 지사는 “광화문 일대 호프집에 맥주가 완전히 새벽까지 동이 나도록 하자. 안 되면 문재인 대통령님 앞으로 외상 긁도록 하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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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당선자가 9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손들어 인사하자 환호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
김 의원은 “작년 겨울 우리 국민이 특권과 반칙 없는 멋진 나라 만들어 달라, 당신이 할 수 있다 문재인 뽑았는데 맞습니까”라며 분위기를 북돋웠다. 그는 “이번에 좀 더 나올 줄 알았는데 대구·경북에서 고생한 동지들이 좀 더 뛰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문 당선자가 전국에서 골고루 사랑받는 개혁·통합 대통령이 되도록 여러분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광장 남측 세월호 텐트촌의 세월호 유가족은 이날 스크린을 설치해 시민 200여명과 함께 개표 결과를 보면서 문 당선자 승리를 조심스레 반겼다. 유가족은 개표 방송 도중 박수를 치거나 환호하지 않으며 담담하게 지켜봤다. 단원고 희생자 이근형군 부친 필윤씨는 “축하하러 모였다”며 “(문 당선자가) ‘통합 대통령’이 돼서 이 나라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촛불을 들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세월호 텐트촌 무대에 올라 “오늘 대선이 치러진 원동력은 바로 세월호를 잊지 않아 주신 시민 여러분”이라며 “문 후보가 잘 하지 못한다면 나도 비판을 거두지 않겠다. 이전 정권과 다르게 하는 모습 지켜봐 주시고, 잘 못 하면 비판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성준·배민영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