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색] 전경련 지고 대한상의 입김 세지나

문 대통령, 후보 시절 전경련 비판
商議엔 “진정한 경제단체” 치켜세워
위상 변화 예고… 중기중앙회도 부상
商議 내 대기업위원회 구성 움직임
대기업 비중 2%… “대변 한계” 지적도
“전경련은 더 이상 경제계를 대표할 자격과 명분이 없다.”

지난 2월 서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대선주자 6인 초청 공개질의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에 대해 이 같은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문 후보 등 대선주자들은 “전경련 해체를 공약화하고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며 “정부는 자정 능력을 상실한 전경련 해산 조치에 즉각 착수하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전경련 해체’를 촉구한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내 경제단체의 위상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경제단체의 ‘맏형’ 노릇을 하다가 ‘최순실 사태’로 위상이 추락한 전경련 대신 대한상공회의소나 중소기업중앙회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이 주요 회원사인 전경련과 달리 대한상의는 전국 17만 상공인을 대변하고 있다. 


전경련에서 갈라져 나와 노사 분야를 주로 커버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나 수출 진흥에 초점을 맞춘 한국무역협회보다는 활동 범위가 넓은 셈이다. 문 대통령이 대한상의를 바라보는 시각도 남다르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유세 기간인 지난달 14일 대한상의 초청강연에서 전경련 대신 대한상의에 무게를 실어주는 발언을 잇달아 했다. 당시 문 후보는 “전경련의 시대는 지났다. 불평등의 경제를 바로잡을 때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3월 국회를 방문해 전달한 ‘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을 언급하며 “전경련에서 나오던 이야기와 너무 달라 깜짝 놀랐다. 경제계가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대목을 보고 참으로 신선하게 느꼈고, 대한상의가 우리나라 경제계의 진정한 단체라고 느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4월6일에는 전경련을 뺀 4대 경제단체 관계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하고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당시 간담회에는 대한상의, 중기중앙회, 경총, 무역협회 임원이 참석했다.

대한상의는 대선 전부터 이미 정치권·재계와 소통을 활발히 하며 전경련 공백 메우기에 나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위원회와 중견기업위원회를 운영하는 대한상의가 대기업위원회 구성까지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한상의는 대기업위원회를 통해 정부와 대기업 간의 협업을 추진하고 정책 제안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새 정부 출범 후 중기중앙회의 역할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공약대로 현 중소기업청을 확대한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면 관련 경제단체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각 부처로 흩어져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 관련 기능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일원화해 정책 수립과 제도 마련을 담당하도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한상의나 중소기업중앙회의 입지가 강해지더라도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대한상의 내 대기업 회원의 비중은 고작 2 내외에 불과하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