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5-10 19:39:31
기사수정 2017-05-10 21:23:23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수사 관련 청문회 증언 정정이 표면적 이유 / 트럼프 “FBI, 국민 신뢰 회복 필요”… 민주 “워터게이트 특검 해임 버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제임스 코미(사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 서한에서 “법무 장관과 법무 부장관이 해임을 건의했다”며 “그들의 권유를 받아들여 당신을 즉시 FBI 국장에서 해임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당신이 FBI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능력이 없다는 법무부의 판단에 동의한다”며 “법집행 명령기관인 FBI의 신뢰와 자신감 회복을 위해 해임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상원 법사위원회에 이 서한을 보내 코미 국장의 해고 절차를 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성명에서는 “국민의 믿음과 신뢰의 회복이 필요하다”며 “FBI는 존경받는 기관 중 하나이며, 오늘부터는 FBI는 사법기관 최고의 소중한 존재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표면적인 해임 명분은 코미 국장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 의회 증언을 정정한 데서 비롯됐다. 코미 국장은 지난 3일 의회 청문회 증언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보좌관 후마 애버딘이 기밀정보를 포함해 ‘수십만 건의 이메일’을 남편에게 전송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FBI는 8일 상원 법사위에 보낸 서한에서 ‘아주 작은 분량의 이메일’이 전달됐으며, 나머지 이메일은 백업 파일 형태로 컴퓨터에 저장돼 있었다고 코미 국장의 애초 진술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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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지 월터스 미국 백악관 부대변인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에게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나눠주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
표면적인 설명과 달리 코미 국장의 해임엔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해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 측과 러시아의 내통 의혹을 조사하는 중이었다. 코미 국장은 대선 당시엔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재수사를 천명했다가 이내 철회하는 행보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해 수사 강화 행보를 이어가자 백악관이 불편해했다는 것이다.
코미 국장의 해임에 공화당은 말을 아끼고 민주당은 반발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번 해임이 리처드 닉슨 정부의 몰락을 가져온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특별검사의 해임에 버금간다는 비난이 나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국장을 해임할 구실을 원했고, 그가 그 구실을 제공했다”는 장문의 글을 톱으로 올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미 국장의 불법행위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뭔가를 감추려 한다는 의심을 키우게 될 것”이라는 티모스 내프탤리 전 닉슨도서관 관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2013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임명된 코미 국장의 임기는 2023년까지였다. FBI 국장이 임기를 남겨두고 물러난 것은 1993년 빌 클린턴 정부에서 사임한 윌리엄 세션스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