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지금부터 시작"… ‘안전한 대한민국’ 염원한 세월호 유족들

세월호 유족모임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제작한 ‘희망나비’ 배지.
 지난 9일 오후 10시40분쯤 광화문광장 남쪽 세월호 추모 공간에 설치된 연단을 찾아온 박원순 서울시장의 “우리가 이겼다”라는 외침에 누구보다 감격스러워한 것은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었다. 지난달 13일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더 이상 없게 하겠다”고 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대국민 약속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한줄기 희망이 유족들의 얼굴에 비치기 시작했다.

단원고 2학년 8반 고 이재욱군의 어머니 홍영미(49)씨는 미소를 지으며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문 대통령의 당선은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라면서도 “유족들 입장에서는 무덤덤한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심장을 단단한 콘크리트에 가두고 지내온 3년간 인생의 희로애락이 차분히 정리됐다”는 홍씨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세월호 진상 규명도 이뤄지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희망나비’ 배지를 만들어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세월호 유족모임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제작한 ‘희망나비’ 배지.

고 장준형군의 아버지 장훈(47) 세월호 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은 “새 정부가 출범해 기대가 크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하루빨리 부활해서 미진한 조사를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무엇보다 가장 알고 싶은 것은 왜 그 소중한 골든타임에 구조 활동을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밝혀내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스텔라데이지호 선사 폴라리스쉬핑 본사 앞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이불을 뒤집어쓴채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31일 우루과이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도 이날 세월호 유족 모임과 자리를 함께 했다.

아들의 생사 조차 알 수 없어 애태우고 있는 윤미자(61·박성배씨의 어머니)씨는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실종자 수색도 계속 이어나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 모임 대표 허경주(38·여)씨도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입은 마음의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해상 사고가 일어난 것이 실종자 가족으로서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면서도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를 비판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