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5-10 21:42:21
기사수정 2017-05-10 21:42:21
‘논어’ 안연 편에는 공자에게 제자 번지가 지(知), 곧 앎에 관해 묻는 장면이 나온다. 공자의 대답은 명쾌하다. “사람을 알아보는 것(知人)”이라고 짧고 분명하게 즉답을 한다. 번지가 잘 이해하지 못하자 공자가 다시 설명한다. “곧은 자를 뽑아 여러 굽은 자들 위에 두면, 굽은 자를 곧게 할 수 있다(擧直錯諸枉 能使枉者直).”
스승 공자의 가르침을 전해들은 다른 제자가 탄복한다. “참으로 옳은 말씀이다. 옛날에 순임금이 사람들 가운데서 고요를 선발하여 쓰시니 어질지 못한(不仁) 자들이 멀어졌다. 탕임금이 여러 사람 가운데 이윤을 선발하여 쓰시니 불인한 자들이 멀리 사라졌다(舜有天下 選於衆 擧皐陶 不仁者遠矣 湯有天下 選於衆 擧伊尹 不仁者遠矣).”
고요는 공명정대한 법관이 됐고, 요리사였던 이윤은 명재상이 됐다. ‘논어’의 이 고사에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선거(選擧)라는 말도 유래했다.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새 대통령이 만드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역대 대통령 선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치적 이벤트를 국민들은 경험했다. 전례 없는 현직 대통령의 탄핵을 직접 목격했고, 광장의 촛불을 지켜보았다. 쇼트트랙 대선이라는 평가 속에 문재인 대통령은 위기 속의 대한민국호를 순항시켜 나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떠안고 있다. 국민들은 전대미문의 국정농단에 좌절했고 북한 김정은 체제의 도발 위협 속에 사로잡혀 있다. 문 대통령은 인수위 없는 악조건 속에 최우선적으로 사심 없이 국정을 보필할 인사들의 등용이 중요하다. 여소야대 현실은 정치세력 간의 협치와 소통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은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정권교체가 주인을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국민이 느끼게 해선 안 된다. 대통령 자신이 민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시경(詩經)’은 이렇게 가르치고 있잖는가. “백성이 좋아하는 바를 좋아하고 백성이 싫어하는 바를 싫어하면, 이를 일러 백성들의 부모라 한다(民之所好 好之, 民之所惡 惡之, 此之謂民之父母).”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民之父母 : ‘백성들의 부모’라는 내용으로 성군을 뜻함.
民 백성 민, 之 갈지, 父 아비 부, 母 어미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