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체 실업자 가운데 대졸 실업자 비중 절반에 육박하자, 대학 재학생들이 졸업을 두려워하고 있다.
졸업 후 오랜 기간 이른바 '백수' 생활을 하다보면 취업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학력을 지닌 실업자는 45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1000명 증가했다.
대졸 실업자 규모로는 2000년 관련 통계가 개편된 이래 가장 많았다.
전체 실업자 중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45.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즉, 실업자 2명 중 1명은 대졸자라는 의미다.
대졸 실업자 비중은 2000년 23.5%에서 21.6%포인트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초졸 이하 실업자 비중은 10.0%에서 4.9%로, 중졸은 14.9%에서 6.3%로, 고졸은 51.6%에서 43.8%로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학생들 "백수될까봐 졸업하는 게 두렵다"
대졸 실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고 대학 진학률이 상승하면서 자연스러운 측면도 있다. 경제활동인구는 2000년 2213만4000명에서 지난해 2724만7000명으로 23.1% 늘었고, 그중 실업자도 97만9000명에서 3.4% 증가한 101만2000명이 됐다. 대학 진학률은 2000년 68.0%에서 2015년 70.8%로 2.8%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실업자나 대학 진학률 증가 속도 대비 대졸 실업자가 불어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고학력 구직자들이 노동시장에 나와도 이들을 받아줄 괜찮은 일자리가 그만큼 생겨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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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이상 고학력 백수와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원하는 일자리와 갈 수 있는 일자리의 불균형 때문으로 분석된다. |
고용정보원이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08∼2015년 20대 취준생은 39만∼44만명대였다.
청년 고용사정이 좋지 않은 시기에 청년층 취준생이 급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악인 지난해에도 20대 취준생은 40만명대로, 전체 취준생 중 3분의 2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 개혁 등 국가경제 체질 자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전문가들은 최근 일자리 문제가 경기·구조적 요인이 모두 얽혀 있는 사안이라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한다.
올해에도 고용 상황은 더욱 어두울 것이란 게 대다수의 관측이다. 지난해 실업자 100만명을 처음으로 돌파한 데 이어 올해에는 실업자가 120만~130만명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론 경기 불씨를 꺼뜨리지 않게 관리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 미스매치를 줄일 수 있도록 고용 지원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장기적으로는 노동개혁, 신산업 발굴 등으로 경제 체질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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