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5-15 21:02:43
기사수정 2017-05-15 22:49:42
1분기 수주량 단 3척에 불과 / 일할 물량 2018년 초 지나면 ‘바닥’/ 현대重 4월까지 39척 계약 등 대형 조선사 회복세와 ‘대조’/ 업계, 선종다각화 자구노력 시급 / “금융지원 등 대책 필요” 호소
올해 들어 국내 대형 조선업계가 잇단 수주 소식을 전하며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중형조선사는 여전히 극심한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형사와의 수주 양극화를 넘어 중형조선업 붕괴까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현대중공업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3년 만의 최대치인 총 39척, 23억달러어치의 배를 수주했다. 4월 한 달 실적은 18척, 9억달러로 추가 5척의 수주도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외신보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스위스의 업체로부터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8척과 아프라막스급 유조선 4척 등 모두 22척의 유조선을 한꺼번에 수주할 가능성도 기대된다. 삼성중공업도 이날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4척을 수주했다. 계약에는 선주가 추후 4척의 VLCC를 같은 조건에 추가 발주할 수 있다는 옵션도 포함됐다.
앞서 한국 조선사는 지난달 세계 수주 1위를 3개월 만에 재탈환하기도 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4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75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28척)를 기록했는데 한국은 이 중 34만CGT(12척)를 수주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중형조선 시장은 딴판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중형조선사의 수주량은 5만8000CGT(3척)에 불과했다. 수주액은 1억1000만달러로 추정된다. 1분기 중형조선사의 국내 조선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4.7%로 2007년 26.7%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중형조선사의 1분기 수주 잔량도 전분기 대비 32.4% 감소했다. 사정이 나은 중형조선사도 이대로라면 내년 초까지 일할 물량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은 수주를 했다고 해도 매출 실현이 2년 정도 이후에나 가능한데 이런 상황이라면 중형조선사가 올해는 물론 내년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중소조선산업이 붕괴하면 지역경제 타격과 실업자 양산 등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금융지원 등의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형조선사의 선종다각화도 시급해 보인다. 한국 중형조선사는 유독 탱커선 수주 편중이 심하다. 실제 1분기에 수주한 3척은 소형 스테인리스탱커 1척과 LR2급 제품운반선 2척으로, 모두 탱커로 분류된다. 탱커는 2013년 에코십 대량 발주로 시황회복 시점이 벌크선에 비해 늦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벌크선은 2015년 이후 발주가 3년째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 이 분야는 또 일본과 중국의 가격 출혈경쟁이 워낙 심한 분야라 설계비용 저감, 생산효율성 제고 등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크루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 대한 진출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1∼4월 전 세계 누적 수주량을 보면 중국과 한국에 이어 이탈리아와 핀란드가 각각 3, 4위에 올라 일본을 제쳤는데, 이는 크루즈선과 여객선 수주 때문이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