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5-18 01:16:31
기사수정 2017-05-18 01:16:30
친환경 흐름 방관하다 낭패… 늦었다 생각될 때 가장 빨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습관처럼 날씨와 함께 미세먼지를 검색하는 독특한 버릇이 생겼다. ‘국가재난’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로 미세먼지 문제는 국민들의 일상을 바꾼 사회적 재앙이 된 지 오래다. 설렌 마음으로 맞이한 5월 초 황금연휴 기간, 국민들은 희뿌연 미세먼지에게 연휴 대부분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했다. 이런 국민들의 아쉬운 마음을 알아준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 감축의 첫 단계로 가동 30년이 넘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셧다운(일시가동중단)’을 지시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미세먼지의 가장 큰 오염원인 탓이다.
물론 미세먼지가 발전소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이미 문 대통령은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차를 퇴출하겠다는 중장기계획을 후보시절 공약했다. 조만간 나올 강력한 경유차 억제정책은 자동차업계의 숨통을 조여올 것이다. 업계로서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보호무역주의로 시름하는 자동차업계는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게 된 셈이다.
내연기관으로 대변되는 경유차의 대안은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오염원 배출이 없다. 그럼에도 국내 자동차업계는 도도한 시대적 흐름을 느긋하게 뒷짐만 진 채 방관해 왔다. 진입장벽이 워낙 높은 자동차 업종의 특성만 믿고 시장판도가 급격하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믿은 탓이다.
그러는 사이 자동차는 ‘내연기관’에서 ‘모터’나 ‘배터리’로 급격히 대체되고 있다. 오히려 자동차의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구글·애플 등 글로벌 IT(정보기술)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IT,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미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대표적 예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114년 역사의 포드자동차를 추월하자마자 미 최대 자동차회사인 GM까지 넘어섰다. 지구촌이 테슬라에 열광하는 게 단순히 전기차 때문일까. 미래산업을 주도할 첨단의 태양광과 배터리 기술까지 보유한 것이 테슬라의 강점이다. 여기에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기존 완성차업체보다 한 발 앞선 경쟁력을 갖춘 지 오래다.
중국의 전기차산업 성장세는 비약적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후발주자였던 중국이지만 2015년에 이미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에서는 미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전기차산업 육성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조율 아래 보조금과 충전인프라 등 행정적 지원 등 각종 장려정책을 펼친 탓이다.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을 자처하는 우리는 어떤가. 국내 완성차업계의 맏형인 현대기아차가 ‘쏘울’과 ‘아이오닉’으로 체면치레한 게 고작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35년이면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이 25.3%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4대당 1대가 전기차로 대체될 것이라는 얘기다. 전기차 보급은 기존 기름으로 달리는 자동차의 카르텔을 무너뜨린다. 언제까지 최고속도, 토크, 가속성능, 연비 등을 앞세워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건가.
덩치만 키운 채 관료화된 조직으로는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하기는 힘들다. 기존 자동차산업의 가치관과 패러다임을 확 바꿔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기동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