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5-17 20:47:46
기사수정 2017-05-18 17:14:29
삼성 합병 관련해 국민연금공단에 찬성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측이 문재인 대통령의 단원고 기간제 교사 순직처리 검토 지시를 예로 들며 무죄를 주장했다.
문 전 장관 측은 17일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조의연)에 이같은 주장을 담은 참고 자료를 제출했다. 문 전 장관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며 “다만 공소사실 자체만 보더라도 직권남용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문 대통령이 최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기간제 교사 2명의 순직 인정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한 일을 예로 들며 “세월호 참사가 3년 전에 있었는데 아직까지 기간제 교사를 순직으로 인정하지 못한 건 인사혁신처의 관련 규정 해석상 ‘곤란하다’고 돼 있기 때문”이라며 “즉 감독 기관과 관련 기관의 규정 해석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떤 행정 행위를 하면서 집행 기관과 감독 기관의 법률 해석에 관한 차이는 늘상 있는 일”이라며 “이 사건도 규정의 해석을 둘러싸고 상급기관인 복지부와집행기관인 공단 사이에 해석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에 보면 복지부 장관이 아무것도 못 하게 돼 있는 게 아니라 지도·감독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에서 한 모든 일이 독립성 원칙을 침해한 거라는 특검 논리는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영수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의 직권남용이 유죄가 된다면 현직 대통령 지시 역시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라며 문 전 장관 측 주장을 반박했다. 특검팀은 “두 사례가 동일하다는 주장도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며 “기간제 교사 순직 처리 문제는 국가의 보상이라는 매우 공적인 문제고, 문 전 장관이 지시한 삼성 합병 건은 사기업 계열사 간 합병 문제라 비교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본 건 공소사실은 문 전 장관이 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의사 결정에 관여해서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지시와는 다른 성질의 것으로, 순직 처리 지시는 공식적·정상적 경로로 하달이 된 반면 문 전 장관 지시는 공단 관계자를 소환하는 등 비공식적이고 은밀한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