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청문회 단골메뉴 '위장전입'…여야 "그때 그때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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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지를 실제로 옮기지 않고 주민등록법상 주소만 바꾸는 ‘위장전입’은 고위공직자의 자질과 업무능력, 도덕성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의 단골메뉴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의 첫 번째 검증항목인 위장전입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여당이냐, 야당이냐에 따라 위장전입에 대한 잣대를 달리한다. 여당일 땐 ‘문제 없다’고 변호하다가 야당이 되면 ‘낙마 사유’라며 자진사퇴를 요구한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19대 대선에서 패배해 9년만에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은 위장전입을 시인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이 여당일 땐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2009년 9월 이명박 정부의 2기 내각에 합류할 국무총리 및 장관을 비롯해 대법관 후보자까지 4명의 후보자들이 위장전입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부인이 경기도 포천에 약 2달간 위장전입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임태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장인의 국회의원 선거에 맞물려 두 차례 위장전입을 시도한 의혹을 받았다. 또 이귀남 법무부장관 후보자 역시 아들의 고등학교 배정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으며,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는 부인이 사원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것이 확인돼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위장전입 문제”라고 비판했고 송영길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권을 위장전입 정권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고 힐난했다. 백원우 의원도 “과거 정부에 지금의 여당에서 검증 기준으로 본다면 정운찬 후보자는 지명을 받으면 안 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후보자들을 옹호했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은 “행자부장관 출신의 이용섭 민주당 의원도 참여정부 시절에 분양권 획득을 위해 위장전입 의혹을 받았다”며 “현 정부 고위직만 부도덕한 것으로 몰아가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여당의 한 청문위원도 “본인이 위장전입을 시인했고 사과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될 게 없다”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도 아닌데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2015년 3월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2015년 3월 인사청문회 대상이 된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인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농협금융지주 회장출신인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모두 위장전입 경력이 있었다.

먼저 유기준 후보자는 두차례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했다.한번은 1985년, 운전면허를 빨리 따기 위해서 경기도 안양시로 위장전입 했고 2001년에는 배우자와 딸이 딸의 중학교 배정을 위해 부산의 한 지인 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겼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015년 3월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유일호 후보자는 아들의 통학거리때문에 주소지를 옮겼고, 홍용표 후보자는 부인이 아파트 분양을 받기위해 위장전입을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장관 후보자는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

예외도 있었다. 지난 2007년에는 여야 공수가 바뀐 경우다. 당시 이규용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의혹을 감쌌다. 고희선 의원은 “잘했다고 두둔하고 싶지 않지만, 위장전입은 자식 둔 부모들을 감안해야 합니다”라고 홍준표 의원은 “부인이 위장전입한 겁니다. 본인이 한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위장전입 문제를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 쟁점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보고 말려들지 않겠다며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이 큰 문제가 없다며 거들고 나섰던 것이다.

반면 당시 여당은 이 후보자의 도덕성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으며 청와대의 이중잣대를 비판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제종길 의원은 “부동산 투기는 나쁘고 아이들 때문에는 봐줄 만 하다 이렇게 판단하시는 거예요?”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취득 또는 학교 진학과 관련된 불법행위와 관련되어 있는 경우에 대해선 부적격 사유로 적용해야 한다”면서도 “학교폭력이나 왕따 문제로 학교를 옮겨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학교 문제를 해결하고, 정말 전학이 필요한 경우에는 위장전입을 하지 않더라도 전학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