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5-25 19:25:07
기사수정 2017-05-26 18:23:08
홍창형 중앙자살예방센터장 / 유명 배우 사망 당시 보도 경쟁 과열 / 유해정보 쏟아져 ‘자살 가장 많은 달’ / 사회적인 합의 통해 노출 최소화해야
“취업난이나 부족한 복지, 가족해체, 질병 등의 영향이 큰 건 분명하죠. 하지만 자살예방대책을 거시적인 차원에서만 접근하면 일선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별로 없겠죠. 유해환경 제거와 상담라인 구축 등 정교한 접근이 자살예방의 시작입니다.”
홍창형 중앙자살예방센터장(아주대 의대 교수·사진)은 25일 이같이 강조했다. 자살예방을 위해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집중한다면 ‘누구도 손을 쓸 방법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당장 시행 가능한 조치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나라들이 자국의 자살률을 낮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핀란드를 비롯해 미국, 독일, 뉴질랜드, 호주, 일본 등은 자살 확산의 원인과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자살 예방의 인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을 활발하게 펼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성과를 거뒀다.
홍 센터장은 “세계 각국의 성공한 자살예방대책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내용은 ‘자살은 예방이 가능하다’란 인식을 사회에 심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자극적인 자살 보도만 사라져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2008년 10월 배우 최진실씨 사망 당시 보도 경쟁이 과열되면서 각종 유해정보가 양산됐고, 현재까지 가장 많은 자살자(1793명)가 나온 ‘최악의 달’로 기록됐다.
홍 센터장은 “장례식장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됐고, 뉴스에선 구체적인 자살방법 등 불필요한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는 등 ‘옐로 저널리즘’의 극치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TV화면에서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흡연장면처럼 자살 관련 정보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미디어를 통해 제공되는 걸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미디어에서 유해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은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크게 자살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홍 센터장은 “가난하다고 해서, 아프다거나 일자리를 잃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자살사고’를 가진 이들이 실행에 옮기지 않도록 유해 환경을 차단하고, 자살 고위험군을 찾아 조치토록 하는 시스템을 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부 경찰팀=강구열·박현준·남정훈·박진영·김범수·이창수·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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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