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형의우주여행] 최초의 화성인 언제 나올까

美 정부 바뀔 때마다 나사 계획 변동
현 상황대로면 2030년대 가능할 듯
우주만큼 인류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대상도 없다. 러시아가 열악한 경제 상황에서도 우주탐사를 계속하는 것도 국민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주기 위함이었다. 아폴로호가 달에 착륙했을 때 감동한 것은 비록 미국인만이 아니었다.

아폴로계획이 끝나고 동서냉전시대가 마감되면서 우주개발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1960년대 미국 전체 예산의 5% 정도였던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현재 예산은 0.5%에 불과하다. 적은 예산으로 나사는 ‘선택과 집중’이란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선택한 곳은 달이었다.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달을 목표로 하는 우주탐사계획을 발표한다. 전체 예산이 1000억달러 가까이 필요한 ‘컨스텔레이션 계획’이 그것이다. 우주정거장을 완성하고 2020년까지 ‘달로 돌아가서’ 궁극적으로는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화성탐사용 우주선인 오리온 개발이 시작된 게 이때부터다. 하지만 부시에 이어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2월 컨스텔레이션 계획을 중지시켰다. 이후 미국은 달을 거치지 않고 바로 화성으로 가는 유인탐사계획을 발표했다. 나사는 화성으로 가는 전 단계로 화성탐사용 우주선을 이용해 작은 소행성을 달 궤도로 끌고 오는 소행성 포획 계획을 수립했다. 우주인 훈련과 함께 소행성을 자원화하겠다는 것이다. 2016년에는 화성궤도에 우주정거장을 세우는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나사의 계획은 다시 변화를 겪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 3월 소행성탐사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그리고 이달 초 나사는 워싱턴에서 열린 화성탐사심포지엄에서 새로운 우주탐사계획을 발표했다.

3단계로 이뤄진 트럼프 행정부의 우주탐사 최종 목표도 역시 화성이다. 1단계로 2026년까지 달에 전초기지인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2027년부터 시작되는 2단계는 이곳에 화성탐사용 우주선을 보내 1년 이상 훈련을 시킨다. 마지막 3단계로 2033년 이후 달 궤도 우주정거장에서 화성으로 유인탐사선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우주탐사계획이 다음 정부에서도 그대로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화성에 인간이 간다는 사실이다.

민간 차원의 화성탐사계획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이끌고 있는 억만장자 사업가 앨런 머스크는 2022년에 화성에 유인탐사선을 보내고, 이번 세기 안에 100만명이 거주하는 화성식민지를 만들겠다고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유인우주선을 한 번도 발사해 본 적 없는 그의 말을 그대로 믿는 과학자는 거의 없다.

계획대로라면 최소한 2030년대에는 화성 땅을 밟는 최초의 마션, 화성인이 나올 것이다. 화성은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생활터전을 만들 수 있는 가장 가능성이 큰 행성이다. 하지만 지구의 가장 험한 오지도 화성보다 못한 곳은 없다.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우주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구를 가꾸고 보호하는 일에도 더 많은 관심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이유이다.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