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옥자’가 던진 파문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만 영화인가, 아니면 온라인 동영상으로만 보는 영화도 영화로 봐야 하는가. 영화의 정의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는 아직 개봉 전이지만 작품의 내용보다 상영방식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는 수상을 배제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옥자’는 넷플릭스라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업체의 유통망을 통해서만 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위원장은 왜 ‘옥자’를 영화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해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는가. ‘옥자’가 영화계에 던진 파문은 과연 무엇일까. 영화산업은 상영과 배급, 제작으로 구성된다. 그동안 영화는 극장에서 먼저 상영되고 나중에 온라인을 통해 볼 수 있도록 관리되어 왔다. 그러나 점차 온라인을 통한 판매가 늘어나면서 극장 상영업자들의 경계심은 높아져 갔다. 이번 ‘옥자’ 파문의 배경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상영업자들과 영화제작자들이 미국 넷플릭스의 유럽시장 진출을 막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 ‘옥자’가 영화계에 던진 파문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상영 시스템에 큰 변화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극장보다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면서 기존의 극장상영 시스템은 침체되고 있다. 이미 넷플릭스의 세계영화시장 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넷플릭스 가입자가 많지 않아 ‘옥자’는 극장상영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함께 진행하고 있지만 다른 190개 나라에서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옥자’를 볼 수 있다.

영화제작 분야의 글로벌화도 급속히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상영에서 더 나아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옥자’는 넷플릭스가 570억원을 투자해서 만든 온라인 영화다. ‘옥자’에는 국내 배우로는 안서현, 그리고 할리우드 유명배우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제이크 질렌할 등이 출연한다. 영화제작에 있어 글로벌화가 진전될 경우 국내 영화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며 우리 문화주권의 상실도 염려된다.

영화산업에 거세게 몰아치는 변화의 바람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비할 필요는 있다. 국내 진출 1년을 넘긴 넷플릭스는 영화와 드라마에 제작비를 아낌없이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시장을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다. 반면에 국내 온라인 상영업체의 행보는 소극적이다. 만약 넷플릭스가 투자해 제작한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는다면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점차 줄어들게 되고 우리 영화산업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의 막대한 자본력과 시스템으로 국내 영화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한국영화산업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영화 ‘옥자’가 몰고 올 파장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