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5-25 21:21:25
기사수정 2017-05-26 01:07:23
금융노조·민주당 정책협약 / “과도한 성과문화 확산 중단”
은행권이 성과연봉제에 이어 핵심성과지표(KPI)로 또 한 차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은행 KPI 개편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2장짜리 민주당·금융노조 정책협약서에 따르면 협약서는 4개 항목·11개 세부조항으로 구성됐다. 협약서는 대통령 선거를 한 달가량 앞둔 지난 4월 체결돼 △낙하산 인사 근절 △금산분리 원칙 준수 △성과연봉제 폐기를 포함한 과도한 성과문화 확산 중단 △정규직과 저임금 직군 임금 격차 해소 △점포 축소 대비 고용안정 방안 마련 등의 정책실현을 위해 양측이 협력한다고 명시됐다. 당시 민주당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 공동정책본부장이었던 윤호중 현 국정기획자문위 기획분과위원장과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이 각각 협약서에 서명했다.
협약 체결업무를 담당한 금융노조 관계자는 이날 “과도한 성과문화 확산 중단은 과당경쟁을 일으키는 KPI를 바로잡자는 것”이라며 “현재 각 은행별로 무리한 KPI 항목들을 취합하고 있고 이후 국회에서 민주당과 공청회 등을 갖고 KPI 단순화를 추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KPI 개편을 논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다만 KPI는 각 은행의 고유영역이고 지나치게 단순화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속도조절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KPI는 보통 개별 지점을 대상으로 대출, 예·적금, 전략상품 매출 등 50여 개 항목으로 평가가 진행된다. 각 항목은 다시 세부평가 요소로 구성된다. 비슷한 성격의 지점끼리 묶어서 상대평가로 측정하고 일부 항목은 매일 그 등수가 공개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에 하위 10∼20%에 들어간 지점장들은 대기발령을 받는 일도 벌어진다”고 귀띔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녹색금융 상품, 박근혜정부에서는 기술금융 상품 판매실적이 은행 KPI 항목에 포함돼 관치금융의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지적도 받았다.
은행권이 스스로 KPI 평가방식을 수정한 적은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개편을 논의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일부 은행들은 무분별한 KPI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있을 때마다 일부 평가항목을 뺀 후 시간이 흐르면 원상태로 되돌렸다. 금융연구원은 지난달부터 은행권의 KPI를 전면 개편하는 내용의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