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에게 성폭행 추정’ 해군 女대위 극단적 선택

자신의 원룸서 숨진채 발견 / 민간인 친구에 피해 털어놔 / 헌병대, 대령 긴급체포 조사 상관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군 여군 대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군 수사당국은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해군 대령을 긴급체포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25일 해군에 따르면 해군본부 소속 A대위는 지난 24일 오후 5시40분쯤 자신의 원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A대위가 연락이 두절된 채 출근하지 않자 이상하게 여긴 동료들이 집으로 찾아가 A대위를 발견하고 해군 헌병대에 신고했다.

A대위의 방에서는 ‘빈손으로 이렇게 가나 보다’ ‘내일쯤이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라는 등 자살을 암시하는 글귀가 적힌 포스트잇 여러 장이 발견됐다. 해군 헌병대는 A대위가 최근 민간인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한 사실을 확인하고 용의자인 B대령을 준강간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대위의 직속상관인 B대령은 A대위와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회식 후 만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성폭력 정황이 있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해군은 2015년 방위사업 비리에 성폭력 사건까지 잇따라 발생하자 대대적인 병영문화 쇄신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병영문화 쇄신운동이 구호에 그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군은 음주 회식에서 성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참석자 1명이 동료들을 감시하는 회식지킴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부서에서는 이 제도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